전체 글(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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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
나는 희미한 것. 보이나 있지 않은 것을 좋아한다. 사진을 찍으러 경복궁에 갔으나 카메라의 셔터가 제 정신이 아니다. 노출계가 망가진 건지, 셔터가 고장난 건지. 아니면 내가 보는 것보다 세상이 너무 밝은 건지 알 수가 없다. "형, 경회루 찍으러 가요. 만원짜리 뒷면 모델이요." "그거 바뀌지 않았냐?" 사실이었다. 경회루가 사라져 버렸다. 영원할 건 없지만서도 익숙한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200905)
2010.11.27 -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과제 초안)
젊은날의초상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이문열 (민음사, 2005년) 상세보기 ‘然至是殺之 時年二十六’ 이 글을 본 것은 좋아하는 작가인 김연수씨의 ‘청춘의 문장들’에서였다. 조선시대에 朴誾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18세에 文科에 급제를 하고 곧고 정직하여 왕의 猜忌를 사서 죽게 되었으니 그 나이는 26살이었다라는 내용이다. 지금 내 나이는 만으로 하여 26살이다. 이 말이 내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된 때는 22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4년간의 空白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4년은 훌쩍 지나가 猶豫期間은 다 消盡되고 말았다. 박은이라는 사람이 급제한 18살에는 ..
2010.11.27 -
창덕궁 나들이
2010. 11. 19 무슨 바람이 불어 바보동생을 불러 사진을 찍으러 갔어요. 어딜갈까 하다가 경복궁은 입장료 500원일 시절 생각하니 못 가겠고, 가격이 동일한 창덕궁으로 향했어요.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비싸 거의 못 가던 곳이거든요. 단풍이 이뻤는데 5년전에 갔었던 비원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기억이 나네요. 비원을 안 들어간 게 아깝더군요. 하지만 여자랑 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 사족이지만 대학 입학 이후 한국에서 바다는 죄다 남자하고만 갔다는 슬픈 이야기...ㅠㅠ 여기는 인정전입니다. 경복궁의 근정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죠. 경복궁처럼 계급을 나타낸 돌이 뜰에 양쪽으로 나뉘어 있네요. 문, 무 나눠서 해 둔 건가? 사극 보면 뭐 좀 다르게 서 있는 거 같은데... 공부 좀 더 해야겠어요...ㅠ..
2010.11.24 -
2010.11.24 내 안의 무서운 어떤 날 것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대면하려 애써보지만 처음에는 번번히 실패 뿐이다. 대면하기 위해서 때때로 고통, 번민, 분노, 체념, 절망 등이 필요하기도 하다. 조심히 시작해서 자꾸 그려보려고 노력하지만 많이 버려진다. 조금씩 대면하다 보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굉장한 것이다. 그 날 것은 살아가는 과정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의지가 존재할 수가 없다. 우리를 매혹시키기도 하고 긴장시키기도 한다. 그와 대면하고 관조하려 한다. 긴장의 연속이다. 대면하면 대면할 수록 앞날에 대해서 뚜렷해진다. 희열은 더욱 커져간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는 나와 연결되어 있다. 그는 나의 생이고 죽음의 모습이다. 그의 다른 이름은 운명이다.
2010.11.24 -
2010.11.19 길냥이
북촌 한옥마을의 오르막길을 걷는데 저 지붕 위에 고양이님께서 산책 중이셔서 급하게 찍으려 했지만 벌써 내려와서 저리 떠나버리신다 교감도 없이 나는 급히 셔터를 누르고 만다 . 인생이 이렇다. 준비도 안 되어 있으면서 좋은 결과물을 얻기는 힘들다. 인생은 들고양이처럼 소리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법.
2010.11.20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멋진신세계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올더스 헉슬리 (문예출판사, 1998년) 상세보기 빅브라더가 나오는 1984를 읽고 나서 멋진신세계를 읽으니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두 소설 다 효율을 위해 통제된 사회를 나타내고 있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을 복제해 내가면서 계급별로 인간들을 찍어낸다. 그들에게는 유아기부터 세뇌교육을 통해서 감정지배를 당하고, 그것은 성인이 되어서도 생활에 크게 작용한다. 계급별로 나뉘는 것은 태아 때 주입되는 물질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똑같은 쌍둥이가 한 난자에서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이 세계에서 최고의 가치는 쾌락과 안정이다. 어린 아이들은 섹스게임을 통해 위험한 감정의 거세를 당한다. 여기서 주인공은 태아 때 물질 주입의 실수로 무언가..
201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