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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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7. 오랜만에.
전 여자친구와는 963일을 만났고, 중간에 아내로 업그레이드를 하여 벌써 570일이 지났다. 그 사이에 '이게 과연 내 딸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존재와 함께한지는 232일이 되었다. 결혼한 이후 변화된 삶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 차가운 커피에 녹아내리고 있는 각설탕처럼 아직 결혼생활이 낯설기만 하다. 자유롭게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다 녹아내리면 달달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녀와 나 사이에 태어난 아기는 예쁘기만 하다. 아직은 커 봐야 알겠지만 우리 아기가 행복한 울타리 안에서 컸으면 좋겠다.
2017.01.17 -
20160416 상담
1학기 정기 학부모 상담이 끝났다. 학부모 상담과는 별개로 아내의 태중 아이는 다행히 잘 자라고 있었고 33주가 되었다. 아이를 가지게 되었는데 병원 신세를 좀 지게 되어서 아이가 건강하게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다. 태 중의 아이가 심장박동이 떨어지기도 하고 태동이 거의 없게 된 때가 있어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되니 정말이지 건강하게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엄마아빠들의 바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을까... 학부모 상담을 하다보면 꼭 묻는 게 있다.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보곤 하는데... 어떤 학부모님은 그저 즐겁고 건강하게만 유치원 졸업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학부모님은 특기가 뭔지 궁금하네요, 어떤 학부모님은 한글공부를 언제부터 해야할지..., ..
2016.04.16 -
20160403 창경궁의 봄
아내가 주말에 생일이 있어 병원에서 외박을 받았다. 외박을 받았지만 밀렸던 집안일을 하니 하루가 금방 간다. 아내의 생일을 맞아 예약해두었던 레스토랑을 아내는 가기 싫다고 한다. 비싸서 그렇다고 하는데 안 땡기는 게 틀림이 없다. 집에서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아내가 그토록 벚꽃놀이를 가고 싶어했는데 벚꽃은 이 비가 온 뒤에야 만개를 하니 아쉬움이 가득하다. 다시 아내의 복귀를 위해 대학로로 향했다. 저녁을 많이 먹어 산책을 하던 중 창경궁 하늘 위로 보랏빛 노을이 내려앉았다. 비가 살짝 온 뒤라 황홀한 그라데이션이 멋지다. 아내는 예쁘다고는 맞장구 치지만 다시 병원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별 감흥은 없는 모양이다.
2016.04.05 -
아이들 발달의 다름
유치원에서 만5세반을 운영하다보면 28명의 아이들이 제각각 28색 크레파스처럼 색이 다르다는 것을 매일 깨닫는다. 언어 영역을 보면 글씨를 자연스럽게 읽으며 내용까지 이해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글씨를 떠듬떠듬 읽는 아이부터 글씨는 이름만 읽는 아이까지 다양하다. 신체영역을 보면 몸은 크지만 정교함이 부족한 아이도 있는 반면 뛰는 걸 좋아하지만 자기 기분에 미쳐 앞을 안 보며 랄랄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집단으로 놀이할 때 주의해서 봐야한다. 십중팔구 부딪히기 때문이다. 미술 영역을 보자면 다양한 색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그려내는 아이가 있는 반면 한 가지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를 즐기는 아이들도 있다. 한 영역에서 뛰어남을 나타내는 아이가 다른 영역 모두에서 뛰어난 것은 아니다. ..
2015.11.11 -
유치원 선생님이자 아빠의 일상
결혼 이후 아내의 직장 근처로 신혼집을 잡아 출근하는 학교가 멀어졌다. 일찍 출근하는 버릇이 작년부터 있었기 때문에 아침 6시 20분이면 집에서 나온다. 지하철에서는 뉴스를 확인한 후 책을 읽는다. 일찌기 7시 40분쯤 유치원에 도착하면 대부분 수업준비를 한다. 아직 초임기이기 때문에 수업 준비를 꼼꼼이 한다.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한바탕 보내고 나면 교무실로 돌아와 서류 업무를 한다. 틈틈이 교실을 돌보며 임신한 아내에게 연락도 한다. 일이 끝나고 나서 퇴근하면 집안일을 한다. 예민한 아내가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청소를 공들여 한다. 티도 안 난다. 혼자서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내가 미안해서라도 뭐라고 못 한다. 설거지는 대부분 내가 하며 빨래 개고 걷고 돌리는 건 내가 한다. ..
2015.11.09 -
20151107 꼬맹이가 생긴 것을 확인한 날의 기억
10월 초, 생리가 늦어진다는 아내의 말에 생각난 건 임신이었다. 이전에도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늦어졌었는데 아내는 유치원평가 때문에 늦어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9월 1, 2째주 쯤 아내가 임신하는 건 어렵다며 피임을 안 하고 했던 적이 있다. 나는 반대로 임신이라고 생각했고 퇴근길에 임신테스트기를 사왔다. 아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임신이 쉬운 게 아니라니까."라고 아내는 말했다. 저녁에 "테스트 해 봤어?"라고 물어보니 "깜박하고 쉬했어."라고 말하는 아내를 보면 시큰둥한 게 틀림이 없다. 피곤해서 먼저 자다 아내가 깨우는데 임신테스트기를 나에게 내밀며 새빨간 두 줄을 보여주었다. 나는 비몽사몽간에 고맙다는 말을 해 주었고 이내 다시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있던 일이 꿈인가 싶어 화장대..
201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