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일기 in New Zealand

2010. 12. 4. 04:00여행


12.06.2010 in Christ Church

   이른 아침. 설레임에 일찍 잠에서 깨었다. 너무 이른 탓에 다시 잠을 청한다. 꿈을 문득 문득 꾼다.
달콤하며 허전하며, 부끄러운 꿈이다.
  2개의 가방만 털레털레 매고 공항을 간다. 백패커 디스카운트를 받으려 운전수에게 백패커라 말하니 운전수가 오히려 되묻는다.
내 차림새가 가벼운가보다.
혼자 떠나는 여행, 마음은 그렇지 않은걸...

  7개월만에 도착한 Christ Church는 정겨우나 다르다.
북섬에 비해 확실히 공기부터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설레임...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 하나. 아! 여기는 Christ Church. 이것은 그리움.


13.06.2010

   Lake Tekapo에 와서야 드는 생각.
아.. 비치타월을 두고 왔구나... 비록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함께 했고 있으면 유용할 것만 같은 물건이었다.
생각해 보니 없어도 될 듯 하다고 스스로 위안해 본다.

  떠나고 나서야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 즉시 남는 것은 아쉬움만일까? 혹은 체념.
다시 되찾지 못할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체념.

  행복한 기억만을 남길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그 뒤 알 수 없는 한시들...)


14.06.2010 at Lake Tekapo

  잠을 설친 마당인 터라 개운하지가 않다.
중간중간 깨어 밤하늘을 확인했지만 보고자 하는 것은 없었다.
  위태한 여행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온한 가운데는 잠도 잘 잤었다. 바라는 것을 보지 못 하지만 만족도 부족도 아니다.
  인생이 그랬다. 요동없는 물결 같았다. 풍랑이 일어 요동칠 듯 하여도 다시금 잠잠해졌다.
간혹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잠잠하기만 하다.
  만족도 부족도 아닌, 내 인생이 그랬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말이라는 것이 참으로 허망하다.
내뱉는 어떠한 말도 진실에 다다르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하는 약속, 결심, 다짐, 고백.
  말에 절대적인 무게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있다면 말을 안 하는 사람이거나 죽은 사람일 것이다.


16.06.2010 in Queenstown

  해가 저물어도 그 빛은 키 큰 나무 우듬지에 걸려 있듯,
꿈은 끝나도 마음은 오랫동안 그 주위를 서성거릴 수 밖에 없는 법이다.
비단 마음 뿐이랴...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보자면 개인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했다. 마르크스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와는 다르지만,
그런 면에서 나는 참 순수한 사람이랄까...


 18.06.2010 in Franz Josef

  희망 : 밤이면 인간의 마음 속에서 날개를 폈다가
           해가 뜨면 사라지는 환상.
           매일 밤 태어났다가 매일 아침 소멸하는 것.
                                                    <투란도트>

(알 수 없는 한시하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던 날 같은 오늘.
비는 추적추적, 잉크로 휘갈겨 놓은 글이 번지듯, 내 계획도 번져간다.

  녹차를 마시거나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신 뒤에는 항상 허기가 진다.
차를 많이 마신다는 일본인이나 중국인들 중에 살찐 사람이 적다는 것은 근거없는 소리인 듯?
심지어 차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말랐다.
배고프다... 짜파게티나 먹어야겠다.


21.06.2010 in ChristChurch

  영어는 절대 한국어로 발음할 수 없다.

  첫 경험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은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한국에서 이어나갈 수 없는 것이었다.

  '빗물 고인 웅덩이조차 아름다운 곳'
이 정도면 뉴질랜드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을까?
수많은 힘듬과 아픔과 괴로움 끝에도 아름다움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리움은 온기의 결여이다'
가끔은 동의한다. 아주 가끔.
그래서 추운 러시아에서 섹스와 문학이 발달했다고 하는데...
여기도 조금은 춥거든...


26.06.2010 D-5, goint back to Korea!

  뒤돌아 보면 '즐겼다'라고 표현하지만 그 때 당시에는 가끔은 '견뎌 내었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삶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괴로움, 다시 한 번.' 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견뎌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거나,
라캉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모두 흙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라는 자기 파괴의 본능일 것이다.
  극한의 고통으로부터 나오는 희열을 '주이상스'라고 한다. 하지만 극한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꽤 괜찮은 경험인걸...


29.06.2010 D-1

  마지막 날이라고 특별하지는 않다.
어제를 내 마지막 날로 오해한 말레이시안 이성친구는 '너의 마지막 저녁은 아마 핫걸과 함께 보내겠지.'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이 녀석은 나를 어디까지 오해하고 있을까? 그래도 친구일 수 있는 건 같이 콘돔을 나누었기 때문?

  2년 전 떠나기 전 날도 특별하지 않았다.
남미 친구들과 조촐하게 작은 파티를 했을 뿐...
오래 사귄 한국 친구들은 함께하지 않았는데 그에 대해서는 별 다른 감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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