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 『동정 없는 세상』(이글루스에서 이동)
2010. 10. 15. 12:49ㆍ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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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후로 박현욱을 알게 된 이후로 읽어보게 된 소설.
박현욱의 가볍고 재미있는 문체는 내용마저 가볍게 하지는 않는다.
-한 번 하자.
-싫어.
로 시작하여
-한 번 하자.
-싫어.
로 끝나는 게 이 소설이다.
주인공인 준호는 막 수능을 끝내고, 붕 뜬 시기를 따분하게 보내는 학생이다.
그의 집에는 스물도 되기 전에 자신을 낳은 엄마와 명문대 법대를 나왔지만 취직을 안 하고 있는 백수 삼촌이 있다.
뭔가 부족한 뉘앙스를 풍기는 결손가정이지만 으레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삐딱한 것에 비하면
준호는 동정을 떼고 싶어하는 건전한(?) 학생이다.
그의 친한 친구들은 그 기간을 이용하여 미아리에서 동정을 떼었고,
준호는 여자친구에게 그것을 부탁한다.
여자친구 서영은 친구 영석이의 사촌이며 공부를 잘 하여 명문대 진학은 따 놓은 당상이다.
이런 여자가 주인공과 사귄다는 게 알 수 없긴 하지만, 여튼 둘은 사귄다.
그 둘은 하느냐?
준호는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았고, 서영에게 자신의 결심을 말한다.
그러나 튀어나오는 것은 엉뚱한 말.
-한 번 하자.
박현욱은 '대학진학'과 '섹스'라는 무거울 수도 있는 청소년의 문화적 통념과 자의식의 발전과정을 시종일관 가벼운 문체로 풀었다.
하지만 소설이라고 인물이 쉽게 바뀔 수 있는가. 그럴 수가 없다.
동정(童貞) 없는 세상은 동정(童情) 없는 세상인 것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도 그렇지만 이 소설도 한 번 읽을 때는 가볍지만 다시 보면 씁쓸할 수도 있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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