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 『새는』(이글루스에서 이동)

2010. 10. 15. 12:51


새는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대표소설
지은이 박현욱 (문학동네,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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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11
새는

새는 노래하는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노래를 한다
새는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간다

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내성적이며 교실에서 조용한 평범한 고등학생.
체육시간에 은수를 보게 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은...

은수에게 관심을 가지고 싶어서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다.
기타에 깊이 빠지며 실력이 늘어 음악제에도 나가게 된다.
혹시 그녀가 보고 있을까... 많은 사람의 시선이 두렵지 않다.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단 한 사람만이 두렵다.

기타 학원을 다니며 현주를 만난다.
현주는 똑똑하며 교양있고 이쁘기까지 하고 집안도 적당히 좋다.
나는 그런 현주와 친해진다.

은수가 문예반이라는 것을 알았다.
음악제 때 같이 기타를 친 형이 문예창작반의 간부급 인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를 통해 문예반에 들어가게 된다.
더욱 가까이서 은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주변을 맴돌며...
하지만 문예반에서 하는 토론은 어렵다.
읽어도 알 수 없는 책들.

그 때부터 나는 도서관에서 살기 시작한다. 수많은 책들을 읽고, 현주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토론에서 전교우등생인 민석이에게 한 방을 먹이기도 한다.
그리고 축제가 끝난 후의 늦가을의 어느 날.
고2였던 나는 은수에게 고백한다.
"정은수, 나는 네가 참 좋다."
"은호야, 우리 이제 고3이야. 그런 건 대입시험 끝난 후에 생각해도 늦지는 않을 거야."
거절을 당하였다. 하지만 파국보다는 유예가 훨씬 나은 일이었다.

은수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시 한 단계 더 올라가야 했다.
처음에는 기타였고 그 다음에는 책이었다.
이제 공부로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반에서의 등수가 뒤에서 세는 편이 빠른 나는 그 때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도서관에서 살며 공부를 하지만 어렵다.
그 때 현주가 다시 도움을 준다. 현주는 탁월한 강사였다.
그렇게 공부를 하여, 2학기의 첫 모의고사 때 전교우등생인 민석이보다 더 높은 석차를 받게 되었다.

은수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공부한 것은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저 적당한 곳으로 가기만을 원했다.
합격 발표가 난 뒤 은수에게 다시 만나자고 하였다.
은수만을 위해 존재했던 고등학교 3년의 시간.
"앞으로 내가 계속 전화해도 돼?"
"은호야, 미안해."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다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그 후 나는 폐인처럼 산다.


저는 그 아이가 당연히 이 대학에 지원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학교 원서를 사들고 오자 선생님들은 하향지원이라고 말렸지만 이 학교에 들억게 된 것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닿지 않았나봅니다. 이번에는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행운이라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제 편이 아닙니다.
- 현주

현주는 은호가 기타를 배우기 위해 신문배달을 했었을 때, 새벽에 그를 보며 어느 사이에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은수에게 거절을 당하고 현주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만을 위해 존재했던 고3 시절의 이야기를 결국 현주에게 꺼내놓게 된다.
"그럼 나는 어때?"
나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고마운 마음조차 들었다.
현주는 사랑을 고백하였다.
이미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기 힘든 단계에서 현주에게 위로를 받고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진다.


은호의 성장기 소설.
그녀만을 위해 존재했던 3년이란 시간.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자신이 더 나아지게 되는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비록 짝사랑이지만, 짝사랑은 마이너스 뿐인 안 좋은 거라지만 기타를 배우고 공부하는 목적이 다른 곳에 있었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도 소중한 3년이 아닌가 생각한다. 3년이란 긴 시간.
길고 긴 한 마음은 마음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