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1. 17:58ㆍ책
3년간 모텔을 전전하며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 나. 맹견, 와조.
그리고, 여행 중 자기가 쓴 책을 파는 751.
나는 여행 중 만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 사람들의 이름은 모르지만 내가 붙인 각자의 고유번호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편지를 쓰고 백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집에 답장이 왔는지 늘 묻는다.
3년동안 집으로 답장은 한 번도 오지 않는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맹견 와조와 함께 들어가기 위해 맹인 행세와 맹인견 연기를 하다가 책을 파는 작가 751에게 들킨다. 751에게 한 번 신세를 지고 난 뒤 751은 계속 나를 따라다닌다.
늘 혼자였다가 751과 함께하게 된 여행은 어떨 것인가...
책이 많이 없는 학교 도서관에서 최근 수상작 중에서 그나마 있길래 찾아보게 되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는지 책은 새 책이었다. 시험 공부를 하다가 공부만 하기 지루해서 보게 되었는데(실은 공부도 하지 않지만) 그냥 시간때우기 용이라는 생각으로 읽어나갔다.
읽다 멈춘 자리에는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영수증 쪼가리를 꽂아 두었다.
여름이 다가오는 것 같은 뜨거운 날, 센터에 가서 재료를 수령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꽤 오랜 시간 가야 하는 것이라 책을 펼쳐서 다음 장을 읽기 시작한다.
100번째 문단부터 보기 시작했다.
음악은 좋았고, 정신은 선명했는데 내용은 전개와 절정을 달렸다. 버스 안의 시간이 짧았다.
순식간에 거의 다 읽어서 남은 장수는 손에 얇게 잡히었다. 책을 덮고 센터에 재료를 수령하러 가기로 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위치를 물어보려 전화를 하려 하니 배터리가 다 되어서 전화가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기분 좋게 된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배회한다. 1시간 약간 안 되게 배회했을까. 센터를 찾았다. 하마터면 기분좋은 마음을 잃을 뻔 하였다.
재료를 수령해서 다시 버스를 탔다.
남은 장을 펼쳤다.
마지막이 대미였는데 그 전의 내용을 읽지 않았다면 그 감동은 덜하였을 것 같았다.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지나보면 별 내용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다.
좋은 책을 읽은 것 같아 꼭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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