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렌 키에르 케고르, 『두려움과 떨림 : 변증법적 서정시』

2011. 9. 27. 22:13


두려움과떨림:변증법적서정시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지은이 쇠얀 키르케고르 (지만지,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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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르 케고르. 덴마크의 대문호.
늘 들어왔었지만 무엇을 썼는지, 어떤 책을 썼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번에 지만지에서 문득 끌리는 이름이었다는 것은 스쳐지나가는 인연을 잡았다고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은 키에르케고르가 1843년에 Johannes de Silentio라는 익명으로 발표한 책의 한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키에르 케고르는 늘 익명으로 책을 발표하고 그 자신의 실명으로 강화집을 동시에 발표한다고 한다.
키에르 케고르는 그리스도인이었는데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깊이 회심한 흔적을 그의 문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읽은 책이 이것 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깊은 신앙의 모습이 드러난다.

키에르 케고르는 이 책에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다 아는 단 한 장면에 집중한다.
바로 아브라함이 모압산에서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장면이다. 나만 그런 것일지 몰라도 나는 그것을 아브라함의 귀한 믿음이라고만 대수롭지 않게 배웠고, 당연하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키에르 케고르는 지적한다. 하나님께서 이미 인간을 제물로 삼지 말라고 하셨었다. 하지만 그 하나님께서 믿음의 조상으로 택하신 아브라함에게 태가 끊겨 아들을 못 보는 아브라함에게 귀하게 허락하셨던 이삭을 자신에게 바치라고 명령을 하신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는 말 그대로 존속살해를 명하신다.
키에르 케고르는 바로 그 장면을 집중했다.
아브라함이 제물이 미리 준비되어있음을 알고 갔는가, 아니다.
아브라함은 어째서 그 음성이 하나님의 음성임을 확신하고 갔던 것인가, 사탄의 음성일 수도 있지 않는가.
하나님의 명령은 누가 보더라도 반윤리적이고, 그를 따른 아브라함 또한 가장 잔인한 살인으로 규정되어 있는 비속 살인미수자이다.

하지만 키에르케고르는 아브라함은 인간의 윤리적 의무를 뛰어넘어 무한히 체념한 상태라고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과의 절대적 관계 속으로 들어갔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아브라함의 영웅적 비약은 너무도 높은 경지이기 때문에 범인은 두려움으로 떨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에게 윤리적인 문제는 중요한 것이다. 윤리의 절정에 달한 사람을 우리는 성인이라고 부르지만 아브라함은 이러한 보편적 세계를 뛰쳐나간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인간적 시선으로 보는 비속살인미수자가 된 것이다.
이 사건을 키에르케고르는 "윤리적인 것의 목적론적 정지"라고 부른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무조건적 명령이다. 하지만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임을 어찌 아는가. 이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분별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역설이다.
그리고 이를 익명의 저자인 요하네스는 변증법적 서정시라고 부르고 있다.

신앙의 경지는 인간의 사유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이 된다고 키에르케고르는 말한다. 인간의 사유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신앙인 것이다.
나는 더 이상의 설명을 요구할 수도 없게 되었다.


한 가지 사건을 통해서 깊이 설명하는 키에르케고르를 부디 맛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