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영감을 주는 교사』, 황기우역
2012. 3. 19. 12:44ㆍ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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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를 다닐 적 이야기이다. 그 당시 인하대를 다닐 적에 송유근이라는 아이가 입학하였다. 나이는 아마 초등학생 나이였을 것이다. 소문만 들었지 다니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공대 친구들 사이에서는 밥 먹고 그냥 흘러지나가는 동경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식후 이야기 거리 정도인 아이였다. 동경은 동년배의 아이와는 다르게 비범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안타까움은 아마도 정상적인 또래에 비해 겪어야 할 상실같은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통신관련 수업을 들었었는데 소문으로 듣던 유근이가 그 클래스에 참여하였다. 그 아이를 본 첫 인상은 머리가 참 컸었고, 책가방의 무게도 만만찮아 보였다. 아무래도 지능과 몸은 비례하여 자라는 것 같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유근이는 지적 호기심이 많았다. 쉬는 시간에는 교수님을 붙잡고 모르는 것을 계속해서 물어봤는데 그 표정을 살펴보니 만족하는 마음보다는 채워지지 못한 갈증을 가진 건조한 얼굴이었다. 그 교수님은 명예퇴직 직전의 나이 많은 교수님이었고, 그가 가르치는 것은 최신기술보다는 과거의 정석적인 기술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마도 유근이에게는 지적연구가 활발한 젊고 유능한, 천재라고 불렸던 그런 교수님이 필요했던 거 같다.
이번 학기에 특수교육 수업을 듣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유근이도 특수아동의 범주에 들어갔었던 것 같다. 일반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은 유근이에게는 쓰디쓴 독과 같았다고 생각한다. 유근이에게 필요한 교사는 어떤 교사였을까. 교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단지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연구자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유근이에게는 이미 흥미가 가득하였고, 노력도 그만큼 많이 하였지만 거기에 비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연구자가 필요했을 거 같다. 유근이에게는 교사의 역할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 역시 마음으로 존경하고 영감을 자극했던 교사는 아직 만나본 적이 없다. 나는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삶을 통해서 존경심이 일어나고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교사의 삶을 알아갈 정도로 밀접하게 친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자신의 색을 가지고 온 몸으로 삶을 밀어내며 살아가던 친구들이 나에겐 스승들이었다. 연령대를 막론하고도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도 많이 배웠다. 그들은 나에게 영감을 많이 주었다. 교육적인 측면이 아닌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은 나에게 모두 스승이었다.
이 책에서는 영감을 주는 교사라는 교직에서의 교사가 지향해야 할 태도와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영감을 주는 교사의 자질에 대해서 읽어보면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교사 스스로가 학습에 대한 열정이 없이 어떻게 학생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교사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 평생 학습자의 개념이라던가, 언행일치, 학생에 대한 사랑과 이해같은 것은 과거의 옛 선비들도 자신들의 삶을 성찰하면 발견할 수 있는 그러한 덕목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의 기본 덕목에 포함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태도라고 생각을 하였다. 내가 공감을 하고 이해를 했던 부분은 주변 관계를 맺는 부분이었다.
학생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뿐 아니라, 학생이 관계하고 있는 모든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동료교사와 학부모 역시 학생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부분이다. 그러므로 능력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 주변의 관계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인간관계란 아직 어려운 영역이다. 나는 모든 사람과 두루두루 진심으로 친하게 지내기가 어렵다. 내 인간관계는 깊지만 좁다고 시인할 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말 싫은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협력하겠는가? 그래도 최근엔 인간관계의 대인배가 되기 위해선 싫은 사람과도 협력하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력하는 중이다.
삶의 많은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들을 진정성있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과영역에 제한하여 교육하는 교사가 아닌 삶의 모습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아교사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에 대한 지침은 없지만 인성을 갖추고 전문적인 능력을 키우게 되면 나도 유능한 교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유근이는 인하대를 자퇴했다고 하는데 유근이에게는 어떤 스승이 필요했었던 것일지 여전히 궁금하다.
지식의 스승보다는 위로하고 격려를 보내주는 따뜻한 스승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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