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2. 08:26ㆍ책
나는 이덕무를 김연수의 책에서 만났다.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에서 이덕무를 만날 수 있었다. 정조시대의 서얼 이덕무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다가 보게 되었더라. 학교 도서관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교보문고에서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좀 늦게 되어 신간도서 쪽에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 기억력이란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누구를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거의 다 볼 때 즈음 그 사람이 왔지만 나에겐 이 책이 계속 맴돌았다. 이 책에서는 이덕무의 친구들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내 생각인데 이덕무는 참으로 인간적인 온정이 많던 사람 같다. '청춘의 문장들'에서도 그런 이덕무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옛날에도 지금처럼 인간사이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구나. 라는 것도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친구가 있었다. 군대에서 만난 1개월 늦게 들어온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한국무에타이 챔피언이었는데 군대에서 유럽을 가야겠다며 내무실에서 같이 지내던 외국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에게 영어를 배워서 전역하자마자 학교를 때려치고 영국으로 향했다. 그 친구의 강직한 성품과 이덕무의 성품은 분명 달라보이는데 왜 떠올랐을까. 이번 해 초에 영국에 가서 그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여서 그 친구가 떠올랐을까. 그 친구는 홀로 밑바닥에서 크기 시작해서 그 당시 보았을 때는 런던대학교 대학원생에 스타벅스 슈퍼바이저를 하고 있었다. 이덕무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러지 못했을 책만 보는 바보였을텐데. 하지만 그 친구가 떠올랐다.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나는 늘 사람을 먼저 떠올린다. 학교 도서관에서도 책을 빌려보고, 드디어 책을 살 결심을 하였다. 책을 처음 본 뒤 거진 1년이 지나서야 사게 된 것 같다. 사서 읽고 읽을 때마다 그 친구를 떠올렸는데, 그 친구가 지금은 한국에서 일하는 걸 알면서도 내 우정관 때문인지 연락을 안 하며 살았다. 어느 날인가 뉴스에 그 친구가 나오는 것이다. 안부도 물을 겸 하여 주소를 물어보고 티슈에 편지를 적어 책을 보내주었다.
이 책은 이덕무보다는 친구를 떠올리게 되는 책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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