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1 #10. 레지오 칠드런

2012. 2. 2. 06:59여행


2012.02.01

아침에 작은 에피소드가 있고 우리 팀원들은 아침을 먹고 다시 자기 시작했어. 나는 씻고 주변 지리를 익히러 나갔지. 팀원들이 고생하니까 내가 미리 익혀두어야 좋을 거라 생각했어.

도시는 온통 눈에 덮혀서 하얗게 물들었어. 작은 도시라 지리도 금방 익히고 고대하던 레지오 칠드런 센터를 방문했어. 어차피 다시 와야 하기 때문에 오는 길에 봤던 우체국에서 엽서를 붙이기로 하고 센터에서 엽서 몇 장을 사서 돌아왔어. 우체국에서는 사람이 많아서 한 30분 정도 기다렸던 거 같아. 팀원들이 기다릴거란 생각에 엽서를 붙이고 막 뛰어왔지만 팀원들은 자고 있었어. 많이 피곤했나 봐. 교수님과 만나기로 했던 레지오 센터에 제 시간에 가려면 점심을 못 먹을 거 같아. 아이들의 준비시간도 필요하니 말이야. 어제 안내해 주시던 아저씨에게 추천받았던 식당도 눈으로 찍어두었는데 말이야. 아쉽게 되었어.

팀원들 씻는동안 햇반에 고추장해서 혼자 먹었어. 팀원들이 씻고 나와서 먹는동안 난 잠깐 잠을챙겼어. 가는 길에 눈이 많아서 힘들게 갔던 거 같아. 레지오 센터에서 한국 스터디투어 그룹을 봤어. 유럽에서 한국인을 이렇게 많이 본 것은 처음이야. 근데 그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아. 마치 쟤들은 뭐지? 하는 그런 눈초리. 나는 가자마자 스터디 그룹을 이끌고 오신 오문자 교수님을 만났고, 이전에 안면이 있던 오종숙 교수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어. 어린 팀원이 나오는 길에 말하길 되게 적대적으로 본다고 그러더라구. 그러면서 이유가 우리는 뭔데 오문자 교수님하고 따로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돈도 안 내고 온 것 같은데 어떻게 센터에 왔느냐?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대. 근데 나는 생각이 좀 달랐거든. 그들은 돈 내고 고생 별로 안 하고 온 스터디 투어에 모르는 한국인이 낀 거지. 이전에 외국에서 살아봐서 느껴는 건데, 외국에서 한국인들끼리 무리지어 있다가 새로운 무리가 들어오면 탐색부터 하잖아. 마치 그거랑 같았어. 왜 외국에서는 무리지은 한국인들끼리는 적대적이고 폐쇄적일까. 우리는 따로 빛의 광선이라는 프로젝트를 5년간 진행하고 있는 아뜰리에를 방문하였고, 신기한 체험을 했어. 하지만 그건 마치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 체험관 같았어. 진짜 아이들의 결과물로 채워진 아뜰리에가 아닌 전문가들이 의도적으로 조성한 아뜰리에였지. 과학적이고 미적이고 그건 흥미로웠어. 하지만 뭔가 개운함이 남지 않는 그런 아뜰리에였지. 아이들에 의해 나온 것이 아니라서 그랬을지도 몰라. 아이들이 발견한 것이 아닌 이미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 조성한 공간이라 신기하지만 어색했어.

우리는 탐방을 마치고 오는 길에 레지오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니 쇼핑을 하면서 가장 어린 팀원은 가방을 샀고, 가고자 했던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서 헤맸어. 길을 물으려고 치즈상점에 들어가 길을 물었는데 그들 중에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있었어. 그리고 영어를 잘 하더라구. 레지오 에밀리아는 지방의 작은 도시라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 나와서 길을 안내해 주는데 서울도 알고, 우리의 성이 김씨인지, 이씨인지 물어보는거야.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김씨랑 이씨가 대부분이지 않냐고 하더라구. 독특하고 친밀한 경험이었어. 우리는 가고자 하던 이탈리안 식당을 들어갔어. 그런데 영어메뉴가 제공되지 않더군.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도 거의 없었어. 그런데 이전에 길을 가르쳐 주었던 친구들이 들어왔고, 우리에게 메뉴를 설명해 주었어. 그들은 따로 식사를 하더라구. 우리도 그 친구의 도움으로 주문을 마쳤어. 나는 시금치 피자를 골랐지. 다른 팀원들은 이상하다고 하더라. 나는 파파존스의 시금치 피자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거든. 그거 진짜 맛있어. 조합이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치킨에 파가 어울리는 줄 몰랐던 것처럼 피자에 시금치가 엄청 어울리거든. 난 시금치를 안 먹는데 파파존스 시금치 피자를 경험한 이후로 피자의 시금치를 먹게 되었어.


에피타이저를 먹는데 햄하고 치즈가 있는 에피타이저를 시켰거든. 샐러드도 시키고, 근데 샐러드는 진짜 야채 썰어둔 게 나오는 거야. 소스는 따로 나오고 말이야. 그리고 에피타이저로는 햄과 치즈가 있는 것을 시켰는데 진짜 햄과 치즈만 나왔어. 신기했지. 나는 신선한 기분이었지만 팀원들은 표정이 별로 안 좋았어. 한국에서는 이렇게 나오면 욕 먹는다며 이야기를 하더라. 나는 그저 맞장구를 쳐 주었어. 에피타이저를 다 먹기 전에는 피자가 안 나오는 것도 신기했고, 사실 그게 전채(에피타이저)의 의미니까. 피자는 엄청 짜더라. 한 사람당 피자 한 판씩 먹도록 되어있어. 옆의 그 친구도 피자 하나를 후루룩 마셨거든. 근데 우리는 피자를 먹는데 너무 짜서 제대로 다 먹지도 못했어. 나만 2/3 정도를 먹었어. 시금치 피자는 살라미 빼고는 안 짰거든. 이탈리안 음식을 제대로 먹어보았다는 기분이었어. 나만 그런 기분이었을까.

우리는 평소에도 남에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나 생각을 했어. 외국에서 한국의 정서에 맞추어 비판하는 것처럼 말이야. 나는 좀 더 편견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어.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고지식함을 버릴 수 없을 거야. 객관성 또한 인간의 주관성에서 나오는 것인데 객관적인 게 과연 존재할까. 사람은 객관적이고 편견이 없을 수 있는가 생각하면 그건 어려운 문제야.

내일도 역시 걱정이야. 팀원들은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마치고 기관으로 9시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이야. 성인들이니 알아서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은 우리 팀에서는 안 통하더라구. 다녀와서도 자료 정리와 취재를 맡은 팀원이 역할을 잘 해낼지 걱정이야.

걱정은 나중에라고 하지만 진짜 걱정이다.

부디 돌아가는 날까지만이라도 기도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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