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30. 20:35ㆍ여행
2012.01.29
오늘은 주일이야.
잠은 일찍 깼지만 팀원들이 오래 자고 있어서 나도 침대에서 게으름을 피웠어.
근데 배고픈데도 팀원들이 안 일어나서 곤란했어. 여자들은 느긋하더라. 어떤 때에는 시간이 아깝다며 언제 이런 걸 보겠냐며 열심히 돌다가도 시간이 많이 남는데도 그냥 숙소에 머무는 편을 선택하기도 하고. 지금 상황은 후자에 가깝지.
결국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고 오전부터 1시까지 숙소에 계속 머물러 있어.
다른 데 가고 싶은 맘이 없는 팀원들의 다수결 결정에 공항에 일찍 도착하게 되었어. 6시 반 비행기인데 3시쯤 체크인을 하고 나니 들어와서 할 일이 없어져 버렸어. 팀원들이 쇼핑을 즐기는 동안 나는 상점 앞 의자에 앉아서 자고 있는 사이 팀원들은 사라져버렸네. 이렇게 버림받게 되어버렸어. 자다 일어나서 멍하게 공항을 배회하다가 아직 게이트가 정해져있지 않기에 앉아서 인터넷이나 하자고 생각을 했지. 원래 비행기 안에서 하려고 아껴두었는데 워낙 할 일이 없잖아. 해외에도 책을 가지고 나왔더라면 한 5~6권은 읽었을 거 같아. 그럼 글도 더 잘 쓸 수 있었을텐데.
영국에 도착한 이후로 여정들을 생각해 보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게 많이 없는 거 같아. 오랜 시간 보지 못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 여러 작품들과 건축물들은 흥미로웠지만 나를 엄청나게 사로잡진 않았어. 그런 면으로 보면 나는 오래 보고 서서히 매력에 빠지는 거 같아. 특히 오랫동안 있었던 뉴질랜드. 6개월을 어학연수로 다녀왔었고, 다시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10개월 넘게 다녀왔으니 그 정도면 뉴질랜드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거 같아. 지금도 다시 갈 수 있다면 다시 가고 싶어. 엄청나게 유명하고 뛰어난 건축물들이 없었지만 자연이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말 그대로 뉴질랜드 사람들이었고, 많은 것들을 느끼고 만날 수 있었거든.
사람을 만나는 데에도 그런 것 같아. 매력을 느끼고, 그리고 진지함을 가지고 바라보고, 소통하고 때로는 침묵해보고, 그러다가 깊은 인연의 끈을 느끼면 내 쪽에서는 더 이상 끊어질 수가 없는 거지. 어쩔 수 없는 거 같기도 해.
이제는 로마로 향하게 되었어. 여기서 짧은 인연이라도 만들어 보도록 노력해 봐야겠어. 난 느리니까 이제서야 다짐을 하게 되지만 느린 거랑 늦는 거랑 다르잖아. 아직 늦지는 않았어.
뭐라도 해 보고 실패를 경험하는 게 해 보지 못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진지함으로 다가가면 실패도 실패가 아닌게 되니까 난 진지해야지..
나는 인연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어.
하지만 너와의 인연은 비례를 생각하지 않는 인생 전체의 인연이고 싶어. 이렇게 적어두고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 일은 그 때 생각할래.
얼마 안 남은 유럽에서의 시간은 어떻게 비워지고 또 어떻게 채워질지 궁금해.
그럼 안녕. 오늘도 잘 자.
(이제사 와이파이 되는 곳에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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