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8. 14:48ㆍ여행
2012.01.27
매일 알람을 맞추어 놓아도 알람을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날들이 계속 되고 있어.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게 되거든.
일어나 보니 덴마크에 첫 눈이 내리고 있었어. 우리를 안내하는 덴마크 레지오 에밀리아의 대장인 카린을 만나 먼 길을 향하게 되었지. 가는 길에 눈이 많이 내렸는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괜히 감상적이 되었어. 동트지 않은 날씨에 온 천지에 내리는 눈은 세상을 집어 삼키는 거 같았어. 하얀 눈이 내리는데 어두운 것이 더 많이 드러난다는 것이 신기했어. 노트를 꺼내들고 심상을 적어 내려갔는데 그건 부끄러운 거니까 고이 접어두어야지.
카린은 우리를 위해 아침을 준비했어. 빵과 요거트와 따뜻한 홍차 등
엄청나게 푸짐하게 준비했어. 나는 카린에게 너무 고마웠어. 가는
길이 너무 오래 걸려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어. 내가 영어가 짧은데다가 수다스럽지도 않으니 2시간을 내리 대화할 수가 없었어. 간헐적인 대화 중에 기억에 나는
것은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고,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 그리고
지금 유아교육을 공부하는데 처한 나의 상황을 이야기 했어. 카린은 내가 스스로의 인생을 선택했다고 말해주었지.
우리는 한 스쿨에 도착했어. 여기는 아늑하면서도 한국의 유치원이라면 상상할 수 없게 안전에 무방비였어.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의 부모들이 있다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지도 몰라. 아주 어린 애기들도 유모차에 태워 밖에서 재운대. 심지어 눈이 와도 비가 와도 말이야. 또한 어떤 아이는 글루건을 쓰고 있었어. 저거 위험하지 않냐고 하니 가끔 다치기도 하지만 괜찮다고 하더라. 부모들이 전혀 불평을 안 한대.
우리나라의 부모들이 과잉보호하는 걸까 아니면 외국의 아이들이 안전불감증에 노출되어 있는 걸까.
학교 탐방을 마치고 우리는 라네르스의 오래된 도시에 있는 ReMida센터라는 곳을 방문했어. 오늘은 덴마크의 ReMida센터의 디렉터들이 각지에서 모이는 날이니 조금 특별한 날이라고 봐도 될 거 같아. 그들의 미팅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도시를 돌아보았어. 덴마크는 레고의 본고장이 있는 나라여서 그런지 아이들을 위한 상점에는 레고가 있었어. 나는 너가 갑자기 떠올라 우체국을 들러서 급하게 카드를 붙였는데 너에게 잘 도착했으면 좋겠어.
그들의 미팅이 끝나고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카린에게 음식을 대접받았지. 밥이 곁들여진 랍스터 요리를 먹게 되었지. 그러니까 큰 랍스터가 아니라 새끼 랍스터들이 들어있는 음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음식이 차게 나오더라구. 마치 샐러드같이 말이야. 랍스터들을 구워서 먹으면 더 맛있었을 거 같았어. 디렉터들은 우리를 많이 격려해 주더라구. 힘이 났어. 그들에게 우리는 그들의 센터를 방문한 첫 번째 한국인이니까 신기했을지도 몰라.
우리는 모든 방문을 마치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어.
먼 거리를 다녀왔는데도 꽤나 일찍 도착했어. 6시가 안 되어서 도착했기 때문에 시티의 중심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 하지만 대부분의 상점이 7시면 다 닫더라구. 다른 나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전에 갔었던 뉴질랜드도 비슷했었어.
지금은 숙소에 돌아와서 쉬고 있는 중이야.
간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유럽에 도착한 뒤로 제대로 쉬었던 날들이 별로 없었거든. 영국에 도착해서는 시차적응과 탐방준비에 대한 스트레스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어. 팀원들은 다들 감기에 걸려서 힘듬을 토로했고. 탐방 일정은 다 나의 몫이었기 때문에 새벽에도 잠을 잘 수 없던 때가 많았거든. 덴마크에 와서 카린의 도움으로 일정이 수월하게 되었던 게 사실이야. 이젠 덴마크를 생각하면 카린이 떠오를꺼야. 어떤 것을 생각할 때 지배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다는 건 그만큼 헌신적이었다는 것이겠지. 나는 카린에게 너무도 고맙거든.
바쁠 때에도, 여유가 있을 때에도 너가 떠오르는 것은 좋은 걸까. 이렇게 너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덴마크하면 카린이 떠오르는 것처럼 무엇을 생각하면 너가 떠오르는 것일까.
비우면 비울수록 진짜의 너가 채워지는 것 같아. 채워진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이해해 가는 중일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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