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7. 05:21ㆍ여행
@Nyhavn
2012.01.26
잠을 자고 코펜하겐의 아침을 처음 보게 되었어.
북유럽의 겨울 하늘이 이렇구나… 와… 차가운 공기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구나. 하고 감탄으로 아침을 시작하게 되었지.
우리의 숙소는 강 바로 옆의 가장 높은 건물이라서 어제 밤 못 본 도시의 정경을 볼 수 있었지. 덴마크의 건물은 무뚝뚝해 보였고, 위압감이 있었어. 영국에서 아기자기하게 주루룩 서 있는 주택가와는 다른 모습이었지. 기후 탓일까, 역사 탓일까, 혹은 이 모든 것이 결정한 민족의 성격 탓일까.
우리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뷔페로 아침을 먹었어. 74KR이었는데 한국 돈으로 따지면 14800원이었지. 아침 치고는 꽤 비쌌어. 하지만 빵과 모닝커피, 그리고 신선한 야채들과 치즈, 살라미, 햄, 프로슈토, 시리얼 등 아침으로 먹기에 좋은 것들이 잔뜩 있었어. 나는 역시 아침에도 육식을 해야 기운이 날 거 같아서 커피와 치즈, 그리고 각종 햄들을 챙겼지. 근데 빵이 맛있더라구. 다량으로 제공되는 빵인데 한국의 유명 베이커리 빵보다 맛있는거야. 게다가 너가 좋아하는 플레인 요거트에 콘프로스트를 말아먹었지.
커피 2잔을 마시고 그렇게 우걱우걱. 아침부터 마구 먹어댔어.
사실 어제 저녁은 거의 거르다시피 했거든. 피곤하고 지쳐서 먹을 생각도 할 수가 없었지.
요새 왜 이렇게 피곤하나 생각을 했더니 체력이 약해진 것뿐 아니라 유럽에 와서 잠을 많이 안 잔 거 같아. 출국하는 날부터 시작해서 매일 4시 전에 일어났던 거 같아. 하루의 일과는 12시가 넘어서야 끝났었는데 말이야.
코펜하겐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덴마크의 레지오 에밀리아를 담당하는 대장님을 만나서 코펜하겐의 레지오를 적용한 학교를 갔어. 학교의 이름은 없대. 그냥 school이라고 통칭한다고 하더라. 통역이 없었지만 어제랑 비슷하게 70%정도를 알아들었던 거 같아. 다만 디테일하게 질문을 할 수가 없다는 게 좀 안타까웠어. 하지만 어제 방문했던 기관보다 레지오에 대한 이해가 잘 되고 있었고, 좀 더 아늑하고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이 잘 되어 있었지. 우리가 가자마자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영어를 못 하지만 덴마크어로 자신들의 이름을 먼저 소개해 주었어. 똑똑한 애니께는 내가 악수하자고 내민 손을 장난스럽게 쳤고 우린 친해졌어.
아이들이 노는 야외는 정말 춥더라. 심지어 베이비들을 유모차에 두고 밖에서 재우고 있는 걸 발견했어. 덴마크 사람들은 그래서 감기에도 안 걸린대. 하지만 다문화 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기겁을 한다고 하더라. 우리 애기들을 밖에서 얼려 죽이고 있다고들 얘기한대.
야외에서도 아이들과 악수하니 그네들이 서로들 자기 이름들을 얘기해 주었어. 말은 안 통하지만 너무 이쁘더라. 서양 애들은 애기 때부터 우월하더라.
탐방을 마치고 기념품을 서로 나누었어. 그리고 대장님의 차를 타고 오덴세라는 지방으로 향했지. 거의 2시간을 그 분이 운전해서 갔는데 미안할 정도로 고마웠어.
오덴세에 있는 우리의 숙소는 사람도 많지 않고 아늑했어. 리셉셔니스트도 친절했고, 다만 인터넷이 잘 안 되더라.
그리고 팀원들하고 가까운데에서 쇼핑을 하러 갔는데 가장 가까운 세븐일레븐으로 갔거든.
다시는 여자들과 함께 쇼핑을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어. 그냥 먹을 거 사 가지고 오면 되는 걸 무진장 오래 고르더라. 아내랑 쇼핑가서 장 보는 게 내 꿈인데 참 이루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가 봐.
이전에 내가 뉴질랜드에서 홈스테이 할 때도 정말이지 화장실 맛을 구현해 내는 아내의 음식을 싹싹 긁어먹고 맛있다 하는 남편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 난 진짜 맛 없던데 넌 어떻게 그걸 맨날 다 먹느냐고. 심지어 아내는 홍콩인이라 약간 중국식 스타일이었고, 남편은 영국 뉴질랜드인이었지. 남편은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이야.’라고 대답하며 웃었어.
이렇게 오늘 하루가 가는구나.
내일도 여전히 탐방 스케쥴이 많이 잡혀있어.
기도를 부탁해.
그리고 이 지방에 오는 길에 너를 떠올리면서 너가 이전에 해외에서 보냈던 좋았던 순간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참 좋았겠구나… 애틋한 모습으로 남았겠구나… 이쁜 모습이었구나… 괜시리 눈물이 났어.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가 되는 것들이 부디 뒤늦게 깨닫고 후회로 남게 되는 일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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