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 24. 04:56ㆍ여행
2012.01.23
한국에서 오전 8시반 비행기를 타고 2시간 즈음 걸려 북경에 도착했어.
우리가 탄 비행기에는 인원이 5~6명 정도 있었던 것 같아. 승무원 수가 더 많았던 기억이 나네.
나는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여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고 게이트로 나오는 길에 서 있는 직원을 무시하고 지나치려 했지. 그 직원이 들고 있던 종이에는 VIENNA라고 크게 적혀 있었어. 비엔나를 가려는 사람은 우리를 포함한 한국인 4명이었지.
비행기가 고장이 나서 취소되었다는 거야. 비행기 편명도 생각난다. OZ64…
다른 대체할 수 있는 비행기가 없으면 북경에서 하루를 머물러야 한다고 하더군.
근데 별 걱정은 안 되었어. 어떻게든 처리해 주겠지. 난 24일 기관방문 일정이 취소되어 다행이라고 말을 했어. 팀원 중 누군가가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내 대답은 ‘그러네? 우리 23일 숙박비는 어쩌냐?’ 라고 했지만 우리를 담당하던 직원을 다행스럽게도 대체 항공편을 찾아주었지. 북경에서 런던 직항으로 말이야. 원래 경유가 한 번 더 있는데 우리에겐 잘 된 일이지. 사실 나는 오스트리아 공항도 그냥 밟아보고 싶었어.
우리가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리던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해 줄께.
우리는 입국심사 게이트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어. 다른 한 명의 한국인 친구와 통성명을 하게 되었지. 나보다 한 살 어린 이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였어. 나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메시지와 함께 명함을 주었어. 그리고 그 친구의 메시지를 내 여행노트에 받았지. 내 여행메시지 노트가 신기했나 봐. 그 친구가 보다가 내가 이전에 써 둔 문장이 맘에 든다고 하더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난 이렇게 써 두었던 것 같아.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문제가 생긴 여행길에 받은 첫 여행메시지였어. 우리 4명은 불안해 하는 기색이 너무 없었어. 우리끼리는 직원이 오면 정색하면서 심각한 표정 연기를 해야 한다며 서로를 다독였지.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통성명을 하고 같이 사진을 찍었어. 얘기를 하다가 다른 곳을 쳐다보았는데 한 유러피안 같은 남자아이가 쳐다보고 있었어. 나는 ‘헬로~’라고 인사하니 그도 웃으면서 인사해 주더군. 그에게 우리 4명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고 통성명을 했어.
그는 우리가 중국인이냐고 묻더군. 서양인은 동양인을 보면 1. 중국인, 2. 일본인, 3. 한국인 이렇게 물어보나봐. 그는 신기하게도 오스트리아 국적의 남자였어. 이름은 재키. 만나서 반갑다며 출국게이트 나가려는 그 친구를 불러 사진을 함께 찍었지.
다 찍고 바이바이를 했는데 멀리서 공안이 ‘헤이! 헤이!’ ‘노 픽쳐!!’ 이러면서 뛰어와서 겁을 먹었어. 게이트를 배경으로 한 것이 문제가 되어서 그랬던 거였어. 우리는 결국 재키랑 찍은 사진을 다 지울 수 밖에 없었지.
‘재키, 미안해.’
이렇게 베이징에서도 2명의 인연을 만나게 되었어.
그리고 스케쥴이 변경되어 직항을 탔는데 에어차이나였어. 대부분의 승객들이 중국인이더군. 음식도 중국스타일.
라유라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매콤소스를 베이스로 한 음식은 힘들었어. 다른 건 다 좋았지만.
한국 시간으로 보면 3시 즈음 영국에 도착하니까 한국 비행시간으로 따지면 영국은 9시간 정도 걸리더라. 그러니까… 시간의 경계를 거슬러 올라간 결과가 이런 걸까
실제로는 13~14시간 걸리는 거 같아. 역시나 생각하는 것은 비행기에서 효과적으로 시간을 죽이기는 참 어렵구나. 짐도 많은데 책을 가지고 올 수도 없고… 책을 봤으면 한 5권은 읽었을꺼야.
넷북의 배터리를 고려해서 4시간 남은 즈음에 영화 한 편을 보고 있어.
‘냉정과 열정 사이’.
병문안을 갔을 때 저녁 늦은 시간 너가 읽고 있었던 책이지. 영화에서 나오는 피렌체는 너무 아름다웠어. 사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바라본 영상은 아직도 기억에 남거든. 영화를 틀고 조금 보다보니 눈물이 났어. 준세이는 국문학 전공인데 복원사가 되는 길을 택해서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지.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 나를 이끌던 것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고 있는데 준세이가 맡아서 복원하던 치골리가 찢어져 경찰에 연행되는 준세이 장면이 나온다. 오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조반나 선생님이 찢은 것이었다고 기억이 나는데, 처음 책을 볼 때도 일본인의 소행은 아니고 선생님이 찢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선생님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제자의 뛰어남을 질투해서도 아니고 사랑 때문이었을 꺼야.
잠깐 시간을 내서 글을 이렇게 썼어. 글은 이 정도에서 맺는 게 좋겠지. 적지 못한 것이 많아. 아쉬움을 남기는 게 오히려 채우는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런 여행을 하고 오고 싶어.
난 비우고 떨치고 채워서 돌아오고 싶은데…
안녕. 날 위해 기도하고 있어줘.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01.25 #3. 첫 탐방 (0) | 2012.01.26 |
---|---|
2012.01.24 #2. 비 오는 날 (0) | 2012.01.25 |
다시. (0) | 2011.10.17 |
경복궁 나들이 (0) | 2011.04.07 |
오사카 6박7일(3) (0) | 2011.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