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2 #11. 탐방 끝

2012. 2. 7. 19:43여행

(팀원들이 밖으로 갔을 때 대화를 나누다가 페북 친구가 된 91년생 아이)


2012.02.02

오늘로 마지막 탐방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가는 유로스타 안이야.

레지오 에밀리아 기차역에서 캐리어 바퀴가 부서진 덕에 오늘 체크아웃을 하면서 짐을 번쩍 들고 레지오 칠드런 센터로 갔어. 그 덕분인지 너무 피곤했어.

공개강좌를 듣는데 사실 너무 피곤해서 힘들었어. 유럽을 돌아다니는 동안 피곤이 많이 누적됐나 봐. 몸이 막 울면서 부서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 팀원들이 내가 코를 골면서 잠꼬대를 하더래. 나 스트레스 받으면 잠꼬대 하면서 욕도 하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았어. 군대에 있을 때는 잠꼬대 한다는 제보를 들었던 기억이 있거든. 이건 여행 카테고리에 있어서는 안 될 거 같아. 하지만 한 번 와 봤으니 나중에 여행으로 오면 참 좋을 거 같아.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머물고 싶은 도시에서는 더 머물고. 젊은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지고 말이야.

일정이 막바지로 갈수록 내용이 점점 줄어드네.

열차를 타려는데 열차가 엄청나게 지연됐었어. 폭설이 와서 그랬거든. 볼로냐 역까지 가는데도 1시간 반이나 지연되어서 열차티켓을 변경하고 역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어. 나는 직설적이지 못한데 팀원들은 직설적인 것을 원했어. 나는 숨기는 것에 익숙한데 팀원들은 숨기지 않길 원했어. 나는 나에 대해서 더 알게 되었지만 그건 고치기 힘든 것이기도 하고 고쳐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이었어.

열차를 타고 갈아타야 하는 볼로냐 역까지 갔어. 팀원들은 핫패드를 나누어주는 이벤트를 하자고 해서 하게 되었지. 피켓에 FREE HOT PAD라는 글을 쓰고 일일이 찾아가서 나누어주기 시작했지. 사진도 몇 방 같이 찍고 말이야. 흥미로웠고 즐거운 일이었지만 나는 힘이 안 나더라. 그러다가 아까 팀원들이 나누어준 핫패드를 받은 젊은 남자아이가 짐을 지키느라 머물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어.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어. 내가 온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짧은 시간이었어. 그 친구가 내 나이를 묻는데 내가 27살이라 하니 좀 당황하는 눈치였어. 그 의미가 뭔지는 나는 잘 모르겠어. 나는 페이스북을 하냐고 물어보았고, 한다고 하여서 내 명함을 주었어. 너가 나를 추가하면 내 이름도 알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지. 그 친구의 열차가 먼저 와서 떠나고 나는 팀원들과 기차를 기다렸어. 기차가 왔는데 유로스타를 타게 되었지.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로마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보다 돈을 많이 안 썼어. 하지만 어그부츠를 버렸고, 오늘 아침 어린 팀원을 덮어주었던 담요를 못 챙겨왔지. 별로 아쉽진 않았어. 그런데 덴마크 담당자한테 워크샵을 위한 선물로 받았던 포스터들이 들어있던 통을 잃어버렸어. 가장 어린 팀원이 마지막으로 갖고 있었지만 나는 뭐라고 할 수 없었어. 이건 팀 전체의 책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이에 대해서도 어린 팀원이 미안하다고 하려고 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해버려서 자신은 화가 났다고 말을 했어.

어떤 좋은 의도도 억지로 나오는 건 환영받지 못하나 봐.

숙소에 도착하면 아마 뻗을지도 몰라.

쇼핑을 할 시간이 있을까 모르겠다. 돈은 많이 남았는데 말이야.

면세점도 있으니 별 상관 없겠지.

곧 돌아가는 날을 기대하지만 한 편으로는 또 진행해야 할 일에 대해 가슴이 답답해.

학회의 주도로 워크샵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어린 팀원은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이 아는 게 없는데 어떻게 주도하겠냐고, 우리가 주도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어.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의견을 물었더니 대답은 없었어. 결국 내가 해야 할 게 많을 거 같아. 솔직히 잠적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난 오늘 많은 비판을 받았고, 피곤하고 지쳤네.

한국에 어서 돌아가고 싶다. 난 이렇게 징징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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