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 『파이이야기』

2011. 3. 21. 20:17


파이이야기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 기타나라소설
지은이 얀 마텔 (작가정신,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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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부터 머뭇머뭇하던 책을 드디어 손에 들게 되었다.

와우북책시장하면서 어느 시민분께서 기증하고 가셨는데 기획팀장이 읽으려고 빼 둔 것을 내가 먼저 읽겠다고 가져왔다.ㅋㅋㅋ

오늘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게 되어서 공부는 미루고 방에 팝송들을 틀어두고 1/3 가량 남은 것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방에 음악이 차고 금세 차분해 져서 책을 읽어나갔다.

읽으면서 글이 읽기가 참 수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용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16살 인도소년 파이.

파이는 힌두교, 이슬람교, 그리고 그리스도교인이다. 이해 안 가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종교와 신화는 아름답기 짝이 없다.

파이는 난처해하는 부모님들에게 순수하게 신을 사랑하고 싶어서 그리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부러운 마음이 불쑥 튀어나온다.

파이의 집은 동물원을 운영하는데 동물원을 정리하고 온 가족이 화물선에 실려 캐나다로 떠나게 된다.

그 와중에 배가 침몰하고 파이는 구명보트에서 뱅골호랑이와 227일간 표류를 하게 된다.

먹이사슬의 정점의 호랑이와 생존의 문제 가운데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파이는 끝까지 살아남게 된다.

파이는 끝까지 호랑이를 두려워 한다. 하지만 초반에 읽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파이네가 운영하던 동물원의 한 곳에는 이런 팻말이 있고 그 옆에 커튼이 쳐저 있다. 동물들을 가장 위태롭게 하는 존재라던가하는 것과 커튼을 들추면 거울이 나온다. 인간 스스로가 가장 동물에게 위태롭게 하는 존재인 것이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가운데 파이는 살아남지만 몇 년이 흘러 화물선의 침몰이유를 조사하러 온 일본의 직원들에게 파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일본의 직원들은 뱅골 호랑이와 227일간 함께 지내며 살아왔다는 말을 믿지 못하며 진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한다.

파이는 그보다 더 끔찍하지만 결과는 같은 이야기를 해 준다. 인간들끼리 서로 죽이고 인육을 먹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뱅골호랑이는 결국 파이였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어느 것이 더 낫냐고 묻는다.

일본 직원들은 당연히 동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 이야기가 같다고 생각했다.
지극히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당연히 동물이 있는 이야기가 낫겠지만 말이다.
파이가 먼저 말한 진실은 분명 동물이야기였지만 사람은 믿지 못하여 또 다른 해석을 요구했다.



언뜻 생각난 것인데
내가 생각하기엔 뱅골호랑이는 생존을 위한 파이의 분리된 자아 혹은 신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끝없이 경외하면서 신과의 줄다리기를 통해 생존을 이어나가는 모습. 그리고 가장 멋진 먹이는 신에게 먼저 바쳐진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이다. 
뱅골호랑이는 실존하는 것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표류 중에 자신의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한 타인 역시 신에게 바쳐지게 된다. 왜 그런지는 거기까지는 아직 해석이 미치지 못하였다.

그리고 죽음 직전에 새롭게 활력을 얻게 되는 해초 섬. 낮에는 풍성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지만 밤에는 끔찍한 식충섬으로 바뀌는 이상한 섬.
섬에 안주하게 되어 섬에게 먹힌 인간을 발견하게 된 파이는 결국 그 섬을 떠나게 된다.
생존하기 위해서였다. 편안함에의 안주는 희망을 앗아가고 죽음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파이는 멕시코에 다다른다.

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파이를 떠난다. 존재를 볼 수는 없지만 어딘가엔가 분명히 존재한다.

일본 직원과 같이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 존재들을 믿지 못하는 자에게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좀 더 깊게 읽었더라면 좋았을걸.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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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뒤에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봤는데

뱅골 호랑이의 이름이 '리처드 파커'인 이유가 있었다.

어떤 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인물은 에드가 엘런 포의 소설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폭풍우에서 생존한 4명은 극심한 배고픔에 시달렸고, 파커는 제비뽑기를 하여 한 명을 잡아먹자고 했는데
  그 결과 본인이 선택되어 잡아 먹히고 만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폭풍우를 만나 배가 난파되었고 살아남은 사람은 파커를 포함해서 4명이었다. 17살의 어린 파커는 약하였고 부상도 당해 있었다.
  나머지 선원은 파커를 잡아먹었고 후에 구조되어 그들은 죄값을 치루었다.

그렇게 보면 리처드 파커는 파이의 또 다른 자아였다고 해석이 된다. 그렇다면 인간이 나오는 이야기가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동물의 이야기에서는 신을 향한 경외와 그로 인한 생존이 나오지만
인간의 이야기에서는 잔혹한 악마성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라고 말하는 것은 왜일까.

예전에 고등학생 필독서였다는데 인간의 잔혹한 악마성을 그린 소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