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린 마틀랭, 『라깡과 아동정신분석 : 얼음 속에 갇힌 어릿광대』

2011. 4. 10. 21:10


라깡과아동정신분석얼음속에갇힌어릿광대
카테고리 인문 > 심리학 > 심리이론 > 정신분석학
지은이 카트린 마틀랭 (아난케,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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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리해둔 거 친구 집에 놓고 왔다.


유아교육론 수업 시간에 아동발달에 대한 분석이론들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1. 정신분석, 2. 성숙주의, 3. 행동주의, 4. 인지발달, 5. 동물행동학, 6. 생태학

이렇게 있었는데, 나는 정신분석을 택했다.

1학년 수업인데 학구열 넘치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 1학년 때 뭐 했었지...'


정신분석은 이전에 프로이트로 접해보았고, '정신분석입문'이라던가 '꿈의 해석'을 대학교 1학년 때 읽어보았던 거 같다.

그래서 선택했는데,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 정신분석의 이론가들은 꽤 많다는 것을 알았고, 책에는 프로이트와 에릭슨만 제시되어 있었다.

찾아보다보니 라깡의 이론으로 아동정신분석을 한 카트린 마틀랭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임상 실험을 통해서 아이의 심리상태를 라깡의 이론을 통해서 설명한 것들을 기술해 두었다.

정신분석 관련한 다른 책도 2권 정도 읽었지만 라깡은 최근에 몇 번 읽었기 때문에 라깡이 기억에 남는다.

라깡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이 3단계로 인간의 심리구조를 파악하는데, 이는 마치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id', 'ego', 'super-ego'와 비슷한 면이 있다. 관점과 의미는 약간 다르다.

우선 라깡의 정신분석에서는 타자와의 관계를 가장 중요시한다. 아마 대부분의 정신분석이 강조하는 점일 것이다.
타자와의 관계의 올바른 정립이 건강한 정신세계를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한다.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가 1차적인 상상계인데 최소 관계범위에는 아버지도 포함이 되어야 한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올바르게 정립이 된다면 아이는 상징계에 들어서게 되고 건전한 정서를 가진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여기서도 실재계에 대한 것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사회와의 관계로 확장되는 단계가 아닐까 생각을 한다.

사실 라깡의 정신분석 이론은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실재계까지의 제대로된 연구가 안 되어있다고 한다.


읽다가 크게 공감하는 것이 있었다.

파트의 주제는 '모든 것(everything)을 말하는 것이 전부(all)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이었다.

그 가족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말한다. 하지만 아이는 어머니에게만 매달려 있고 아버지가 다가서려 하면 크게 운다.
올바른 애착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고착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부모는 고학력자였고, 아이에게 거짓이 없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어머니에게 있었다.
'사자와 함께 있을 때 사자에게 안 물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자 등에 꼭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는 아이가 어머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심리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아이는 어머니의 상처를 무의식 중에 알고 있어서 아이가 어머니에게서 떨어지면 어머니에게 상처가 되며 그것이 또 자신에게 위험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서 어머니와 딱 붙어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어릴 적에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했고,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이 현재의 남편을 무의식 중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어머니는 모든 것을 말하지만 전부를 말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 자신도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이 깊게 다가왔고, 무의식의 세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정신분석의 요지는 그렇다. 무의식의 세계가 많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고, 어릴 때의 경험은 전 생애에 걸쳐 작용한다는 것이다.


토론 중에 어릴 때 받은 상처는 치유될 수 있는가라는 것을 얘기했었다.

나는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치유할 수 없다라는 부정적 입장에 섰다.

우리나라의 속담이나 세계의 속담에는 통념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와 같은 속담이 그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무의식의 세계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그 상처의 원인이 되는 것을 알았다 할지라도 무의식에서의 치유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의식적으로 초자아의 세계로 끌고 들어와 상처로 인해 발현되는 것을 늘 항상 의식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완전한 치유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교수님도 이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셨다.

그리고 발표자에게 질문하는 시간에 나는 동물행동학의 발표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조용히 있으려 했지만 애착에 대해서 약간의 이해가 쌓인 상태였고, 발표수업 전에는 몰랐던 '이기적 유전자'같은 유전학적 이론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존 볼비의 애착이론과 윌슨의 유전학 이론은 모두 동물행동학에 포함되는 이론이었다.

나는 '입양'에 관해서 물었는데, 어릴 때 형성되는 로렌츠의 '각인'이나 볼비가 말하는 '애착 형성'이 있다면 커서 친부모가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때의 전 생애적 충격은 왜 오는가에 대해서 물었다. 나는 그 이유가 인간은 동물과 달리 문화적인 환경 속에서 배우고 혈연이 중요하다는 것을 교육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전학적 이론에서는 혈육과 입양아 사이의 편애는 당연하다는 결론이 난다. 발표자는 유전학적 이론에서 말하는 유전자 보존의 목적에서의 유전자의 범위는 인간이라고 하여 혈육와 입양아는 동일하다라고 대답을 했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만을 읽은 나로서는 윌슨이 말하는 범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노릇.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사실 그 답을 명쾌하지는 않지만 제시하고 있다. Mime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말이다.
나는 결국 혈연이 중요하면 '각인'같은 것은 오직 인간을 제외한 동물에게만 유효한 것이 아니냐는 설명을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의견을 펼치는 그 과정을 잘 이해 못하는 눈치였다.

대부분의 수업은 주입식이지만 이런 류의 수업은 동기부여도 쉬운 편이고, 좋은 수업 형태라고 생각한다.

1학년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스스로 해 오는 모습이 대견했다. 그에 반한 나는... 책만 몇 권 읽고 정리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으니 말이다...

세대차이를 많이 느낀다...


정리해 둔 페이퍼라도 있으면 복기가 좀 더 수월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