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근, <혜화,동>
2011. 3. 16. 23:32ㆍ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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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보고 싶어서 벼르고 있던 영화.
사실 <만추>나 <블랙 스완>보다 더 먼저 보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늦게 보게 되었는데 GV(Guest Visit)와 함께 하게 되었다.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혜화가 유기견을 찾아오는데서 시작한다. 오랫동안 유기견들을 돌본 탓인지 다루는 게 익숙하다.
혜화의 옛 남자친구 한수는 군대에서 몸의 장애 때문에 군복무가 불가하여져서 의가사 제대를 하여 혜화 곁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는 것. 그것도 고등학생일 때 가진 아이라는 것.
아이는 입양되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한수는 아이를 통해 혜화에게 점점 다가서며 화해를 청한다.
죽었다고 생각한 아이의 생존 사실을 알게 된 혜화는 아이를 찾아나서게 되고...
한수와 혜화 사이의 줄타기... 그리고 넘어서지 못하는 그들의 관계...
영화의 시작에서는 장면들이 따뜻하다. 음악도 부드러우며 조명도 소프트하다.
하지만 갈수록 음악은 무거워지며 조명도 콘트라스트가 높아져간다. 의도적 장치이다.
혜화가 일하는 동물병원의 원장 박혁권분과 그의 아들 사이에서 엄마의 역할을 했던 혜화.
박혁권은 오랫동안 알아왔던 사람과 결혼한다고 혜화에게 말한다.
혜화는 "왜 나는 안 돼요?"라고 자신을 향한 독백같은 농담의 말을 한다.
거기에서 마음이 짠해진다. 그 말 한 마디에 혜화의 여러 결핍과 상처들이 드러난다.
저녁에 원장은 혜화에게 "혜화가 엄마가 되면 정말 좋은 엄마가 될 거야."라고 말함으로 혜화의 가슴을 한 번 더 후벼판다.
한수와 혜화는 폐가에서 만나게 되는 것도 의미있는 장면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들의 관계 또한 그렇지 않은가. 황량한 폐가이다.
영화가 끝나고 민용근 감독과의 만남이 있었다.
민용근 감독의 작품을 본 적이 없고 질문할 것도 없었지만 GV를 처음 참석하는 차라 호기심에 계속 있었다.
처음 본 민용근 감독은 미소년의 이미지였고,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따뜻한 사람이었던 거 같다.
혜화는 자신이 중학교 때 대학로를 자주 갔었는데 그 역 이름이 너무 이쁘다고 생각하여 나중에 딸을 낳으면 혜화라고 짓고 싶었다고 한다.
혜화... 혜화. 따뜻한 사람일 것이다.
민용근 감독에겐 특이한 습관도 있었는데 극중에서 한수가 혜화가 모아온 필름통 속의 손톱을 쏟는 장면이 있었다.
필름통이란 것은 기억의 매체를 저장하는 공간. 그리고 손톱은 자신에게서 자라나온 일부. 한수가 그것을 쏟을 때,
혜화가 고통받아왔던 시간들을 한수는 통감했을 것이다.
근데 사실 그 손톱들이 민용근 감독이 20살 때부터 모아왔던 손톱이라지???
개장수라는 이미지 또한 상징이었는데 거기에 대한 질문도 감독은 대답해 주었다. 영화를 보았다면 추측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처음 질문은 영화에 대사가 많이 없다는 것이었고, 민용근 감독은 그에 대해 해명해 주었는데 자신은 좀 더 넣고 싶은데 만들고 나면 항상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사가 많이 없는 것이 오히려 관객들이 다가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니겠느냐고 감독은 말하였다.
참 마음에 들었다.
그 외에 여러가지 비하인드들. 감독의 의도, 생각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앉아있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화,동> 부족하지만서도 참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혜화역의 유다인씨. 나랑 동갑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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