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모우, <황후화 : The Curse of the Golden Flower>

2011. 4. 4. 13:49문화


황후花
감독 장예모 (2006 / 홍콩,중국)
출연 주윤발,공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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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군대 전역하고 학교 복학해서 다니던 중에 혼자 본 기억이 난다. 그 때도 소름끼치도록 재미있게 보아서, 나중에 몇 번을 더 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중국 영화계 2세대 감독인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적이 있었다.

장이모우 감독은 공리와 호흡을 많이 맞추었었는데, <붉은 수수밭>이라던가, <홍등>이라던가에서도 역시 색채를 이용한 상징적 의미의 부여에 힘을 쏟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영웅>에서부터는 스케일이 거대한 영화를 많이 제작하게 되었는데, 늘 그렇듯이 색채의 대비를 통한 갈등을 극대화하는 것은 여전하였다.
<영웅> 이전에는 중국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참여적 성격의 영화를 제작하였지만 이후로는 타협을 한 것인지 중국의 웅장하고 거대한 스케일과 감정의 변화를 주 내용으로 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에 리포트를 쓰면서 <영웅> 분석을 통해서 장이모우가 현실과 타협한 모습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제시해 보기도 하였다.

내가 기억하는 장이모우 감독의 영화 중 소름끼치도록 황제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잘 표현한 영화가 이 <황후화>가 아닌가 싶다. <영웅>에서의 왕은 인간적인 고뇌를 많이 하기도 하였지만 <황후화>에서 주윤발이 분한 황제의 모습은 인간적 감정을 남겨둔 부분조차도 스스로 거세해 버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왕을 그린다. 물론 두 영화에서 왕의 권력을 상징하는 색은 흑색이다.

황실에서의 복잡한 치정관계는 사랑과 전쟁의 그러한 스토리와 비슷하지만 더욱 더 짜릿하고 지저분하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가능한 스토리이다. 그런 것보다 주시해서 감상해야 할 부분은 색채의 대비, 그리고 황제의 감정 변화가 아닌가 싶다.
주윤발이 연기를 너무도 잘하기도 하였다. 황제는 늘 관조하는 모습을 지닌다. 황후에게 웃으면서 독이 든 약을 처방하는 황제의 모습은 잔인하고 끔찍하기도 하다. 진노를 할 때는 더욱 더 무섭다.
황제는 원 부인을 잊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원 부인이 자객으로 황후에게 도움을 준 사실을 알고, 자신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그 씨를 다 제거해 버리고자 한다. 스스로는 원 부인을 지워버릴 수 없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황후의 계략에 원부인과 재회하게 되고, 결국 모든 것은 파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극의 결말에서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파탄의 모습은 몸서리 쳐질 정도이다.

왕자들과 황후가 일으키는 모든 반란은 왕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왕은 모든 것을 관조하면서도 일부러 기회를 준다. 원걸에게 수호군을 맡긴 것이라던가, 근친을 알고 있으면서도 지켜보고 있었다던가. 혹은 기회가 아니라 왕이 모든 것을 이미 다 계획해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원걸이 지휘하는 십만의 반역군은 황금빛 물결로 황실로 진격한다. 하지만 왕은 직접 개입하지 않고도 흑색의 왕실 수호군이 노란 물결의 반역도들을 붉게 물들인다. 황제는 피를 보지 않는다. 흑색에게 피는 나타나지 않고, 피의 붉음은 온전히 노란색의 무리들의 것이다.  

황제의 권력은 끔찍하리만큼 절대적이다. 왕자의 난이 있었고, 십만의 군병이 몰살당했는데도 다시 중양절 행사를 준비하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순식간에 정리되고 폭죽이 터지고 연회가 열린다.
가족 중 남은 원걸과 황후, 그리고 황제는 원단에서 모인다.

원걸은 다시 기회를 부여받지만 자신은 이미 실패할 반역에 개입하면서부터 목숨을 버렸다. 결국 그 자리에서 자결하고 만다.
그 자리에서도 황제의 독이 든 약은 여전히 제 시간에 대령된다.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황제의 권력이다.

마지막 장면 또한 압권이다. 황후는 자신의 아들이 자결한 모습을 보고, 결국 약을 쳐내고 마는데 쏟아진 약은 금으로 만들어진 국화문양을 부식시키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 비극을 보고 있자면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생각나기도 하고,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또한 보여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망했다고 하지만, 소름끼치도록 압도적인 영화면서도 지저분한 치정관계를 그리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색채의 상징적인 면에 주목하면 더욱더 재미있을 그런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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