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비영, 『덕혜옹주』

2010. 8. 14. 15:32

        2009, 권비영, 『덕혜옹주』, 다산책방



작가들은 아마도 짠한 마음에 소설을 쓰게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든 3번째 소설이에요.
사실 이전에 읽었던 책들도 작가들은 짠한 마음에 소설을 썼겠지만 작가 입장에서 생각해 본 건 얼마 안 되었거든요.
첫 번째는 박범신님의 『나마스테』. 아마 박범신님도 외국인 노동자를 보며 짠한 마음에 쓰셨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두 번째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박범신님의 『고산자』. 김정호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에요.
그러고 보니 두 책 다 박범신님의 소설이네요. 박범신님은 아마 감동으로 소설을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고산자'와 '덕혜옹주'는 둘 다 과거 인물의 일대기를 그렸어요.
고산자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독도문제, 그리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영토문제, 또 조선시대에 역병처럼 퍼진 천주학에 대해서도 얼핏 볼 수가 있어요.
그냥 김정호의 인간적인 모습과 일대기만을 그렸다면 좋았을 걸... 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지도를 그렸던 사람인만큼 주변 국제정치의 역학문제, 그리고 군사적 문제, 천주학을 접한 딸을 가진 그 시대의 아비로서 가질 수 밖에 없던 문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거겠죠.
뜬금 없지만 천주학 이야기가 나오니 황석영님의 『손님』이 생각나네요.

'고산자'가 김정호와 주변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반면에, '덕혜옹주' 덕혜옹주 자신의 감정과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던 덕혜옹주의 신세를 구구절절하게 잘 그리고 있어요.
덕혜옹주를 초점으로 일제의 만행과 조선의 수모를 잘 그리고 있던 거지요.
책을 다 읽고 나오는 작가의 말에 '덕혜옹주'에 대해서 먼저 썼던 사람은 일본인이라고 하네요.
그것에 부끄러움을 느껴서 더욱 '덕혜옹주'를 쓰지 않을 수 없었고, 그만큼 애착이 있다고 작가는 말해요.

'덕혜옹주'를 읽고 나면 일제시대의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을 잘 알 수 있어요. 

고종부터 시작되는 안타까운 수모와, 조선의 마지막 황족인 덕혜옹주.
조국과 운명을 함께 하고, 죽는 그 날까지도 조선을 그리워했지만 조선과 일본에서 모두 버린 망국의 황녀.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어린 나이에 고종의 독살을 의심하게 되고 일본으로 강제로 넘어가게 되어 냉대와 감시를 받으며 살게 되는 덕혜옹주.
조선의 마지막 황녀가 한갓 일본 지방의 지주의 아들과 결혼하는 수모를 당하게 되고, 정신병으로 정신병원에 살게 된다. 
오랫동안 그리고 바라던 조선으로 돌아오지만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영화 '마지막 황제'가 기억이 났어요. 몰락한 나라의 마지막 핏줄의 인생 말이에요.
몇몇의 사실과 몇몇의 허구로 만들어진 소설을 통해 나는 이전에는 몰랐던 덕혜옹주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어요.

먹먹함과 가슴아픔으로 남는 소설로 기억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