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순, 『컨설턴트』

2010. 8. 30. 10:48

컨설턴트제6회세계문학상당선작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임성순 (은행나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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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킬링 시나리오를 쓰는 컨설턴트이다.
숨겨진 회사에서는 청부를 의뢰받으면 주인공은 자료를 토대로 완벽한 킬링 시나리오를 쓴다.
죽음 또한 서비스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킬링 시나리오가 회사에 넘겨지게 되면 완벽한 우연을 가장해 목표물을 암살한다.
주인공은 키보드 앞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구조조정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구조조정 컨설턴트라고 소개한다.

베일에 휩싸여 있는 회사를 주인공은 두려워 한다.
회사는 거대자본의 다른 모습이다.
회사의 심벌은 많은 삼각형들이 지탱한 다이아몬드로 표현이 된다.
이 비슷한 심벌은 우리 사회에 수두룩 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회사에 떠밀려 주인공은 거액의 수당을 받으며 계속 일을 한다.
이는 인식하지 못하는 거대 자본에 휩쓸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살인에 우리가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 생각으로는 과장된 논리가 아닌가 싶지만 결국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었다."

주인공은 회사의 요구로 옛 애인의 킬링 시나리오를 쓴다. 그리고 그녀는 자살을 한다.
그 후 주인공은 자신 주변에 있는 질문들에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콩고로 떠난다.

콩고에서 생산되는 콜탄은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탄탈을 만드는 원료이다.
콩고는 내전 중인 나라였고, 콜탄의 수요는 폭증하게 된다. 우리가 매일 같이 바꾸는 핸드폰 칩의 원료를 놓고 전쟁이 격렬해진다.
그 콜탄으로 군대를 먹이고 무기를 사고, 그 무기로 다시 콜탄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우리는 지구반대편에서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컴퓨터를 하고 핸드폰을 갈아치운다. 

콩고에서 돌아온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취향에 맞춰서 성형하고 성적 판타지조차 만족시켜주던 회사에서 만들어준 매니저와 결혼한다.
이는 현실의 수용이라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살인과 폭력이다.
직접적인 살인을 하지 않는 주인공처럼 우리 또한 그렇다.
이런 사회 구조 사이에서 우리는 책임이 있는가?
우리는 죄를 짓지 않고 살아 가고 있는 건가?

나는 죽음을 비극적이고 현실적인 동시에 모두가 만족할 만한 무언가로 만든다.
이게 내가 지닌 전문성이다. 원한다면 날 킬러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난 이 일을 구조조정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