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 『아주 보통의 연애』
2011. 7. 22. 21:33ㆍ책
|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스타일>의 작가, 백영옥씨의 단편 묶음집이다.
<스타일>은 드라마화되어 '엣지'라는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었다.
작가는 어떤 유명세를 얻고 나면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실패한 원고들도 뒤늦게 빛을 보기도 하는가 보다. 이 책이 그런 꼴 같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문학 관련 서적이 무척이나 없는 편이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아서 한꺼번에 읽으려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안톤 체홉 단편선,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검색했더니 다 없는 학교이다.
동네 교회 도서관에서도 찾을 수 있는 책이 없는 학문의 요람, 대학교의 도서관의 실태이다.
도대체 무엇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독서 중독자는 이리저리 방황하다 이 책을 발견한다.
단편집인데 '아주 보통의 연애'라는 단편에서 영수증에 사람의 삶의 가치를 부여하는 인물이 나온다.
회계경리를 맡고 있는 주인공은 직원들의 영수증을 처리해 주면서 직원들의 생활을 알게 되고, 특별히 짝사랑하고 있는 남자의 사생활 또한 알게 된다.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독특하다.
일상적인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자못 흥미롭다.
나에게 영수증은 몇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느 특정 장소에 대한 추억이라던가, 여행을 갔을 때 어떤 장소를 방문했다는 기록이 되기도 한다.
중국에서 만리장성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영수증을 챙겼었는데 Great Wall이라 박힌 영수증을 얻었고, 그 이후로 영수증에는 날짜와 장소, 그리고 구입품목으로 인한 그 때의 정황과 감정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특별한 영수증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적어주는 카드가 되기도 하며, 늘 책을 가지고 다니는 나는, 책갈피가 따로 없이 영수증 접은 것을 책갈피로 쓰기도 한다.
다른 기억에 남는 단편도 써 보려 했지만 최근 내 기억은 너무 단편적이다. 책의 흐름과는 상관없는 핸드폰의 저장기능으로 인해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는 현대인의 뇌는 갉아먹히고 있다라던가, 내비게이션은 인간의 방향감각을 점점 퇴화시키고 있다라던가, 이런 것들만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그저 '연애', '연애'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연애가 하고 싶다. 부끄럽고, 말 못할 꿈을 꿀 정도로 외롭나 보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 (1) | 2011.08.31 |
---|---|
라우라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0) | 2011.08.02 |
우석훈, 『나와 너의 사회과학』 (0) | 2011.07.11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0) | 2011.06.23 |
신국원, 『니고데모의 안경』 (0) | 2011.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