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원, 『니고데모의 안경』
2011. 6. 18. 09:56ㆍ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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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신학서적은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과제 도서라니...
내가 진짜 신학대에 온 것을 실감한다. 게다가 8년 전 IVF를 하면서 자주 읽었던 IVP출판사의 서적이라니...
우리 학교에는 영적지도자훈련원(이하 영지훈)이라는 특강 형식의 0학점짜리 3학점에 필적하는 수업이 있다. 필수이며 수료를 못 하면 졸업을 못한다. 그 수업을 맡고 있는 교수님이 이 책의 저자이다.
1학기 과제가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는 것이었는데 책 읽는 것이라면 나름 즐겨 읽는 나라서 개강 2주차에 다 써서 내 버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막바지에 이르러 독후감을 냈고 수많은 사람들이 독후감에 대해서 빠꾸 맞았다.
독후감이 나름 또 점수가 높아서 통과 못 하면 졸업 못 하는 거다. 종강 때 43명이 안 냈던가 빠꾸 맞았던가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하니 엄청난 인원이다.
근데 나는 일찍 내서 그런지 보고서 우수상을 받았다. 대략 10명 정도 받은 거 같다. 한 조에 15~20명 정도에 30조가 있는 이 수업의 총 인원은 500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짜 후덜덜한 무서운 수업.
이 독후감 즉석에서 그냥 종이에 바로 적은 거라서 컴퓨터에 저장 못 했는데 돌려받은 김에 이렇게 올려 놓는다.
신학대가 아닌 인하대를 졸업 후 총신대에 오게 되었다. 신학대답게 채플이 있고 '영적지도자훈련'이라는 특강 형식의 수업이 있었다. 내가 모태신앙이 아닌 비 신자였다면 힘들었을 테지만 신자라는 것을 이토록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강의는 신국원 교수님의 '기독교 세계관' 강의였는데 시간이 부족하셨는지 준비해 오신 것을 다 못 보여주신 듯 하였다. 하지만 학생들을 향한 교수님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과제가 있었다. 바로 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강의가 끝난 후 책을 구입하여 하루하루 읽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기독교 서적은 자주 읽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신앙서적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었다. 그것도 추천을 받아서 읽은 책이었는데 유아교육과에 진학한 뒤 처음 읽는 신앙서적이 '기독교 세계관'관련이라니 의미 심장하였다.
책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 '아, 기독교인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해 쓴 책이겠구나'하는 생각을 했고 예시가 많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 좀 더 깊은 기독교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 읽고 난 후에는 기독교의 중심 사상이 곧 기독교의 세계관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읽는 동안은 창조-타락-구속의 이야기에 심취해서 읽었다.
창조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생각나는 것은 진화론이었다. 나는 이과를 나와 공대를 졸업했는데 우리 때에는 진화론을 배웠다. 진화론은 많은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론이지만 불확실함,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떠 안고 있었다. 나는 창조에 대해 깊게 배우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세상과 그 자연을 보면 하나님이 창조하셨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창조냐 진화냐보다는 창조론을 기반으로 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신 목적과 피조물인 우리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다루었다. 창조과학회 교수님의 강의를 한 두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진화론을 들어오고 150억년 전의 우주 생성설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던 탓에 아직도 나는 확실히 결론을 내리지 못 하겠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심은 부인할 수 없으면서 말이다.
타락에 대해 읽을 때는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죄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뉴질랜드에 있을 때 홈스테이를 잠깐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영어공부도 해 본적 없이 갔는데 도착한 다음 날이 주일이라 교회를 미리 컨택해 두고 그 곳에 가야한다고 홈스테이 아빠에게 말했다. 그 곳 원주민인 아빠는 이해했지만 중국인 여자인 엄마는 왜 교회가는지 이해 못 하였다. 엄마는 불만이 가득하여 '왜 넌 신을 믿니?'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당황하여 짧은 영어로 설명하려 애썼는데 처음 나온 말이 내가 죄인이기 때문에라고 설명했다. 원죄라는 것을 설명할 길이 없어 나는 살인자의 가능성도 다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가진 그런 사람이라고 설명을 했다. 물론 성자 역시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말은 못 했다.
나는 죄가 그와 비슷하여 하나님 없이 우리는 죄를 깨닫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고, 처음 영접했을 때도 원망하는 기도를 많이 하다가 만났는데 내 죄를 보게 되고 예수님의 사랑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믿게 되었다.
편입을 준비하면서 남자로서 들어갈 수 있는 곳, 그리고 나이 덕분에 2년만에 마칠 수 있는 곳을 열어달라고 기도했고, 우여곡절 끝에 총신대에 들어오게 되었다. 평생 유아교육에 종사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고 유치원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다. 아이들에게 세상의 옳고 당연한 가치를 가르치며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다른 직업을 가졌다고 상상했을 때보다 더 들었다.
총신대에 들어오게 되었고 기독교 사상 위에 유아교육을 배우게 되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총신대로 나를 이끄신 뜻이 있다고 믿고 있다. 아직은 많이 두렵고 걱정되고 마음이 뛰지만 좋은 교수님들을 만나 많은 영향을 받으며 배워갈 것이다. 만남의 축복도 간구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이미 내 앞날 가운데 역사하심을 믿고 있다. 기독교 세계관을 배우게 하신 것도 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공정한 길을 가며 '니고데모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하나님의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다.
타이핑 하다 보니 진짜 괴발새발하다.
교수님 어쩌자고 이런 거 뽑으셨나 모르겠네.
교수님 서적 중에는 이 책이 되게 설렁설렁하게 쓰셨다고 하는데 기독교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깊으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기독교의 중심 사상을 교양 수준에서 담고 있기 때문에 설렁설렁하게 쓴 이 책이 오히려 다른 책보다 짭짤한 수익이 되신다던데...
어차피 배워야 할 신학이라면 이 교수님께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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