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2011. 5. 22. 22:56ㆍ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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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 발제 서적이 된 책이다. 아이들이 모여서 평을 하기로는 머릿 속에서 그냥 둥둥 떠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였다.
심지어는 제2의 <소비와 사회>(역대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어려워서 그 날 책 다 안 읽은 벌금이 가장 많이 걷힌 날이었다.)라는 평까지 있었다.
2번 정도 보니까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는데 말이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미셸 푸코와 노엄 촘스키가 동시대 사람인 줄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은 이 두사람이 네덜란드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사회자는 네덜란드의 사상가 폰스 엘더르스가 맡았는데, 두 사람의 대담을 듣고 있노라면 두 사람의 이론에 정통하지 않고서는 사회를 볼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푸코와 촘스키는 이 대담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사회자 폰스 엘더르스는 두 철학자를 이렇게 비유한다. 산의 양쪽에서 터널을 뚫어오는 사람들이라고... 같은 산에서 작업하지만 상대방이 다른 방향에서 작업하는지는 모른다고 비유한다.
촘스키는 인간의 본성이 내재적이라고 주장한다. 언어학자답게 언어학적으로 접근하는데 특정 언어환경에서 각각 다양한 체험을 하는 개인은 아주 비슷한 언어 체계에 도달한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명백하고 상세한 도식체계가 있어서 제한적 정보에도 고도로 조직화된 지식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본능적 지식, 제한된 정보로부터 고도로 복잡하고 조직된 지식을 이끌어내게 하는 도식 체계야말로 인간성을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푸코는 다르게 생각한다. 인간성은 아직 뚜렷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영역에 도달하지 않았고, 인간성은 그저 인식론적 지표 구실만 했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인간 본성 중 하나인 과학적 창조성은 인간의 내재적 특성에서 나왔다고 말하며, 푸코는 사회적/지적 조건들의 조합이라고 말한다. 그 두가지가 다 필요하지만 가중치를 싣는 영역이 다른 것이다. 방법과 인식이 다르다. 한 명은 제한된 규칙에서 출발해 무한한 적용 가능성을 말하고, 다른 한 명은 서양의 역사적/심리적 결정론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틀'을 강조한다.
1장에서는 이러한 인간 본성에 대한 대담에서 정치, 그리고 정의 등으로 대담이 흘러간다.
지식인에게는 정치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은 정치적 견해에 대해서도 토론을 하였다.
사회적 '정의'에 관련된 정치에 대해서 토론을 하였는데 그들이 '정의'를 보는 입장의 차이가 흥미롭다.
촘스키는 이상적인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정의가 있다고 말하는 반면, 푸코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권력을 잡기 위해 합리적 수단으로 작용하는 '정의'만 존재한다고 말한다.
내 생각으로는 사회의 지향하는 바와 가치에 의해 '정의'는 변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전에 읽은 <JUSTICE>라는 책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어떠한 사회가치에서는 '정의'가 이렇지만 다른 가치에서는 '정의'를 다르게 말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충돌이 있다면 그게 진정한 '정의'인가하는 것이다.
인간 윤리의 '정의' 개념이 아닌 사회 내의 '정의'개념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도 시사에 적용 가능한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이 나온다.
많은 부분이 '정치'에 할당되어 있는데 이들이 말하는 정치는 내가 이해하기에도 어렵진 않았다. 다만 시사상식이 부족한 내가 현실적으로 적용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푸코와 촘스키를 보고 있노라면 지식인이라는 것은 내적인 논리적 견고함이 바탕이 되어 뚜렷한 체계적 시스템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시대를 너무 앞질러 나가서도 안 되면 주류에서도 선구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푸코와 촘스키는 선구적이며 이 대담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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