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 『변신』
2011. 4. 29. 23:19ㆍ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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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의 선정도서.
개인적으로 고전소설을 택하게 되어서 반갑다. 구하기 쉬워 돈이 안 들어서라고 하면 떨이로 붙여줄 이름 같지만 그 떨이가 매혹적인 걸 어쩌나.
이 책의 주인공인 그레고리 잠자는 '어느 날' 침대에서 일어나 자기가 한 마리의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가 벌레로 변신하여도 생각하는 것은 생계이다. '오늘 출장은 늦었는걸. 적어도 7시까지는 출발해야돼.'라던가, '부디 매니저가 사장에게 잘 말해줘야 할텐데,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을꺼야.'와 같은 의미없는 질문 말이다.
이미 그 시점에서 그레고리 잠자는 벌레가 아니어도 자기 실존의 의미를 잃은 벌레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나 진배 없었다.
그의 몸은 침대에서 벗어나기가 수월하지 않다. 많은 다리를 가지고 침대 위에 배를 드러내고 뒤집혀져 버둥거리는 한 마리 벌레의 모습은 혐오스럽기까지 하다.
그레고리가 결근하자 지배인이 집을 방문하고 그레고리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해명하기 위해 버둥거리며 침대에서 나와 말을 하지만 그의 말은 그저 짐승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레고리는 힘겹게 문을 열었고, 밖에서 문고리가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드러난 벌레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지배인은 도망나갔고, 가족들은 충격에 빠진다.
아버지는 혐오와 공격성을 드러내고 어머니는 그레고리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나마 그레고리를 돌봐주려는 여동생.
그레고리는 여동생의 장래를 깊게 신경 써 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레고리는 가족을 위해서 조용히 있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집안의 흉물스러운 벌레의 존재는 눈엣가시다. 게다가 돈을 벌어오던 그레고리가 경제적 역할을 못 하자 가계는 점점 기울어 간다.
어느 날 그레고리는 거실까지 나왔다가 어머니는 기절하고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격노하고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그레고리의 등에 박힌다.
벌레의 등껍질을 깨고 박힌 사과. 벌레의 체액이 흐르는 것도 상상이 간다. 그로테스크하면서 혐오스럽기 그지없다.
그레고리는 사과를 제거할 수도 없고,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사과는 그의 등에서 썩어가고, 처음 방문을 나올 때 긁혔던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곪아간다.
가족의 홀대 속에서 그레고리는 점점 말라가고 결국 죽는다.
말라버린 벌레의 시체를 가정부가 알아서 치우는데 가족은 그 치운 과정을 말하려던 가정부를 쫓아낸다. 그레고리는 그렇게 가족에게서 사라지고, 벌레가 사라진 후 새출발하는 가족의 모습에서 그레고리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밝기만 하다.
인간 실존의 이유를 상실하고 그저 돈 버는 기계로만 전락한 인간의 모습을 혐오스럽고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다.
그레고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이 있었지만 그레고리 그 자신은 이미 없었던 것이다. 이는 마치 현대의 기러기 아빠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또한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본가에게 노동자들은 돈을 벌어오는 수단이다. 노동자들이 돈을 벌지 못한다면 그들은 이미 벌레나 다름없다. 갱생과 소통의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자본가에게 노동능력을 잃은 노동자들은 처리하기 곤란한 혐오스러운 벌레일 뿐이다.
프란츠 카프카. 자극적으로 인간 실존의 문제를 그려냈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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