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테 폰 드로스테-힐스호프, 『유대인의 너도밤나무』

2011. 3. 3. 23:13


작년 2학기 때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께서 번역하신 책을 사 둔 지 오래되어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책이 얇고 100페이지 가량 되는 책이라 이틀에 걸쳐 짬내서 읽었더니 금방 읽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가볍지가 않다.

교수님은 이 작가 연구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때문에 지만지 출판사에서 번역 의뢰를 맡긴 것이라 생각을 한다.

이 책을 번역하신 조봉애 교수님은 참 부드러우시고 감수성이 풍부하신 분이시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실 줄 아는 분이고 떠올리면 마음이 짠해오는 그런 분이시다.

그리고 책을 출판한 지만지 출판사는 고전 번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출판사인데, 그 취지가 참 밝고 의미있다는 생각을 한다.
각 고전번역본을 초판 300부만 한정인쇄하기 때문에 유명한 작품들은 절판된 경우가 많다.
오늘 처음 읽어본 지만지 출판본을 읽어보니 그 내용이 무척이나 좋다. 저명한 분들께서 번역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인 프리드리히는 어렸을 때 기구한 가정환경 가운데서 자란다. 아버지는 주정꾼이며 프리드리히가 어릴 때 죽는다. 그리고 가정형편은 좋지 못하였다.

프리드리히가 살던 B마을의 환경 또한 특수하다. 벌목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 마을이고, 폐쇄적이다. 무분별한 벌목을 감시하는 산림원들이 있지만 그들은 주민들을 당해내지 못한다. 주민들은 하나님이 주신 자원들을 마음껏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법을 입행하는 사람들도 힘을 쓰지 못한다. 주민들은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해설이 앞부분에 나오기 때문에 읽은 후 내용을 보면 더 이해하기가 쉽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부분은 주변 환경에 의해서 인간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가 있고, 과시욕은 자존감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낮아진 자존감은 부정적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작가는 프리드리히를 애시당초 선하게 설정했던 것 같다. 티끌같이 순수하던 아이다. 주정꾼 아버지지만 아버지로서 자신을 챙겨주던 아버지를 좋아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환경에 의해 낮아진 자존감은 선택의 순간에 악을 선택하게 한다.
아버지가 죽은 뒤 교활한 삼촌 지몬에 의해서 프리드리히는 과시욕이 생기고, 자존감은 낮은 상태로 겉치레와 인기몰이에 치중한다.
순수를 가지고 있던 프리드리히를 타락시키는 지몬의 모습은 마치 에덴동산의 뱀, 혹은 이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듯 하다.
선악과를 주고 선택을 하게 하고, 그리고 프리드리히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선으로부터 추방당하게 된다.
몇 번 선택의 순간이 다시 오기도 하지만 프리드리히는 돌이킬 수 없다. 불가항력이라고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 어찌할 수 있단 말인가.
환경에 의해 선택을 강요받는 것은 자유의지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결국 프리드리히는 마을의 악의 순환의 지표와 같던 유대인이 산 너도밤나무에서 자살을 한다.
마치 은 삼십에 예수를 판 유다와 같은 결말이다. 은 삼십이라는 허세에 자신의 자존감과 선의 길을 팔고, 결국 후회하며 피의 포도밭에 자신의 피를 뿌리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Du Glücklicher, geboren und gehegt

Im lichten Raum, von frommer Hand gepflegt,

Leg hin die Waagschal', nimmer dir erlaubt!

laß ruhn den Stein-er trifft dein eignes Haupt!

 

밝은 공간에서 태어나 보호받고,

경건한 손에 길러진 그대 복된 자여,

저울질하지 마라. 결코 그대에게 허락되지 않았으니!

돌을 내려놔라. 그 돌이 그대 자신의 머리를 맞힐 테니!


이 글은 조봉애 교수님께서 중요하게 생각한 이 책의 핵심문장을 뽑아놓은 것인데

좀 더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유대인의너도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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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드로스테 휠스호프 (지만지고전천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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