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2013. 9. 9. 08:27

 


오래된 미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출판사
중앙북스 | 2007-11-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등한 삶의 방식에 대한 내용을 담은『오래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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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안에 고시공부를 끝내지 못해 다시 고시공부를 시작하였다. 시작한 지 1개월동안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것을 몸이 기억을 한다. 삶이 피폐해져가는 기분이 드는 것을... 그래도 책을 가까이 함이 사람을 풍족해지게 해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학교에서 책을 빌리려 하니 졸업생이라 불가하다고 한다. 학부생 동생들에게 부탁을 했다. 내가 적어둔 읽고 싶은 책 목록 중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검색해 보니 몇 권이 되지 않는다. 학교 도서관의 수준은 여전하다. 겨우 읽게 된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은 내 위시리스트에 긴 시간 머물러 있던 책이다. '오래된 미래'라니. 이상을 꿈꾸는 현실주의자인 나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이 책은 티벳의 소수민족인 라다크 공동체의 삶의 방식을 소개하고 그들이 문명에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문명에 변질되지 않은 시절의 라다크 공동체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미래와 닮아있다. 그들은 '우리'라는 개념을 '개인'보다 중시하며 살아간다. 한 가족은 딱 그 가족이 일구고 소비할만큼의 땅만을 경작한다. 그 이상은 필요치 않다. 그들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농업과 목축이다. 고지대에 살기 때문에 경작하는 작물이 거의 정해져 있고 목축의 대상은 고지대에 서식할 수 있는 야크, 염소, 그리고 야크의 교배종인 '조'이다. 그들은 보통 일처다부제로 살아가며 특별한 경우에 일부다처가 되기도 한다. 결혼 개념은 문명의 일부일처제가 통용되기 보다는 그들의 삶과 문화에 의해 결혼구조가 결정된다. 종교는 티벳의 대승불교가 주된 종교이며 일부 기독교와 이슬람이 있긴 하지만 종교가 공동체를 갈라놓지 않고 각자의 종교를 인정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자라며 세대 간 상호교류에 적극적이다. 유아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돌본다. 그들의 식생활은 주변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구조로 낭비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문명이 들어오자 공동체는 분열되기 시작했으며 직접적이고 낭비없는 일상은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는 재화에 의해 낭비가 생기고 잉여생산물과 재화로 인해 평등은 깨지고 빈부간의 격차가 생기게 된다. 300년 전의 사람인 장 자크 루소가 쓴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 보면 인간의 불평등이 어디서 기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루소는 이렇게 답한다. 사람들의 욕심이 낳은 잉여 재산으로 인해 빈부 간 격차가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불평등이 생긴다고 말이다.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 유지하며 유희를 즐기는 라다크 공동체는 문명으로 인해 결속이 사라지게 된다.

 

현대 사회는 오염되어가는 환경 속에서 자연 중심, 개인주의가 만연해 가는 사회 속에서 공동체적 삶의 구조를 꿈꾸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라다크가 이미 우리가 꿈꾸던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미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문명은 파괴하며 영위하는 진보보다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그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모델로 라다크 공동체를 구체적인 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에 대해서는 자주 생각해 보게 되는데 문명이 가져오는 편리함은 과연 실제인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문명은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서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내지만 그것들은 오히려 바쁨을 더 부추길 뿐이다. 라다크 공동체의 어떤 사람이 이야기 한다. 자신의 언니는 서구 문명에서 성공해서 잘 살고 있는데 만나러 가면 늘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혁신적인 물건을 개발하지만 그것은 다시 바쁨을 강요하는 구조이다. 그리고 우리는 실체없음을 쫓는다. 장 보들리야르가 말한 것처럼 직접적인 삶으로 다가오는 것보다는 시뮬라크르를 통한 어떤 가치, 분위기, 지위 등을 무한정 쫓는다. 예를 들면, 커피를 마셔도 이왕이면 스타벅스 커피라던가 이왕이면 명품과 같은 실용성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이 우리를 치장한다.

문명은 문화의 다양성을 파괴한다. 가장 이상적인 경제 순환구조를 강요한다. 서구의 합리적인 기준을 강요한다. 어떤 문화에서는 그것이 이상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강요한다. 서구의 문명은 자극적이고 매력적이며 중독적이다. 그러한 요소는 우리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문화의 다양성은 존중받지 못한다.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지만 라다크 사람들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나에겐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이미 익숙한 개인주의 속에서 가끔은 외로움에 교류를 필요로 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일 때문에 건강을 잃지만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헬스장에서 돈을 지불해서 몇 시간 뜀박질을 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가 익숙하다.

 

라캉이 말했듯이 인간은 자기 파괴의 본능이 있어서 소비적인 순환에 자신을 던지는 것이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불꽃 속에 몸을 던지는 불나방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