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경, 『숲 속의 방』(이글루스에서 이동)
2010. 10. 15. 00:50ㆍ책
|
나는 섬 같애. 쓸쓸한 파도만 부딪치는 섬 같애.
여기는 꿈이 아니야
날개는 없고 몸뚱이만 있는 척박한 땅이야
새가 아니고 나비가 아니고 땅을 전신으로 문지르고 다니는 뱀이야 날개는 환각이야
깨어지면 아프고 괴롭고 추한 몸뚱이야
생업을 위해 싸우는 이 세계가
진공 속의 풍경처럼 소원하다
구호는 눈부시지만 나를 거부해
나는 섬이야 어디와도 닿지 않는 함정 같은 섬이야
바보같이 세상 밖에서 자신을 찾으려 하다니, 네가 적당히 타협하기만 한다면 땅에 온몸을 문질고 다니며 피흘리지 않아도 좋을 텐데, 청춘은 쇠사슬이 아니라 날개일 텐데, 소양은 끝내 안식의 방을 찾지 못했다. 숲에도 방이 없었다. 숲에는 혼란과 미로가 있을 뿐.
강물이 이따금 출렁거릴 뿐 사방은 고요했다. 하늘엔 별이 총총해서 그빛이 땅으로 쏟아질 듯했다. 선희는 마크와 나란히 소나무에 몸을 기댔다. 강물은 그들 발 아래로 긴 허리를 누이고 있었다. 강 건너 마을에서 몇 개의 불빛이 가물거렸다.
저 강 건너 등불이 아름다운 것은 그 거리가 그리움을 주기 때문이야.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글루스에서 이동) (0) | 2010.10.15 |
---|---|
은희경, 『새의 선물』(이글루스에서 이동) (0) | 2010.10.15 |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이글루스에서 이동) (0) | 2010.10.15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이글루스에서 이동) (0) | 2010.10.15 |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이글루스에서 이동) (0) | 2010.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