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로써의 대학생

2010. 10. 4. 00:45일상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중인 수많은 대학생들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향하는 나로써는 그들 중 한 명이 되긴 싫지만 어쩌겠어...
자유하려면 우선 돈부터 벌어야지... 많이...

아는 형이 운영하는 스펙업이라는 네이버 카페는 가끔 찾아가곤 하는데 현실을 대변하는 슬픈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여러 기업에서는 그들의 제품을 홍보하길 원한다. 일반 사회적 기업 또한 그들의 이념을 홍보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들은 마케터로 혹은 활동가로 대학생을 고용한다. 물론 무보수이면서 취업 준비생에게 필요한 스펙을 제공한다.
대학생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에 지원을 한다.
물론 구미가 당기는 프로그램도 많다. 목적은 결국 기업의 홍보이지만 말이다.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소위 스펙이라고 말하여지는 것들을 가진 대학생들은 여전히 취직이 힘들다.

어색한 정장을 입고, 모든 직장에서 필요할까 의구심이 드는 공인영어시험 테스트 점수를 극도로 올리기 위해 노력을 한다.
기업에서 10점, 15점의 가산점을 준다고 명시된 쓰일 일 없는 자격증을 딴다. 
그리고 정장에 갇혀 면접을 본다. 대부분은 서류에서 떨어지고 정장을 입을 일이 없다.
마치 수능점수를 극도로 올리고 점수에 맞춰 들어갔던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극도로 스펙을 올리고 그리고 낙방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이 선명하다.
인생에 있어 자아의 실현이 중요하다고 도덕시간에 배웠던 것 같은데... 
그렇게 가르쳤던 국가는 자본주의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자본주의 사회의 소모품으로 쓰이기 위해 토익 시험비를 결제한다. 토플 시험비를 결제한다.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한다.
어학연수를 다녀온다. 
개인적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드는 생각은 세계의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거기에 취직의 목적은 끼어들 수 없다.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한다. 영어학원에 등록을 한다.
정장을 사 입는다. 심지어 면접에 유리한 외모를 위해 성형을 하기도 한다. 취직을 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재화가 소비된다.

공채가 나면 밤을 새서 빽빽하게 쓴 자소서와 이력서를 넣고, 불합격의 쓴 잔을 마신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토한다.
그리고 갈 곳 없는 취업 준비생들은 다시 취업전선으로 돌아간다.

작년에 같이 자취를 하던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카츄사를 나오고, 호주 어학연수를 홀로 힘으로 다녀왔으며, 대외활동 또한 훌륭하다.
택견 동아리 회장을 했고, 대회 나가 준우승도 했으며, 해외봉사활동도 반년정도 다녀왔다.
토익점수는 물론 900을 넘기며, 토익스피킹 점수도 상당하다.
그리고 여러 대기업에 지원을 했었다. 상반기 때는 서류에서 죄다 떨어진다.
자소서에 문제가 있을까? 자소서 첨삭지도를 받는다.
내가 보기에는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나쁘지 않은 자소서라 느낀다.
그 친구가 서류에서 죄다 떨어지는데 누가 붙는지가 신기하다.
결국 그 친구는 소수의 몇 군데만 서류면접에 붙고, 최종적으로 다 떨어졌다.
같이 산 나는 그 친구의 암담한 현실을 옆에서 지켜봤었고, 그 모습은 현재의 나의 모습이 되어있다.

현재 그 친구는 삼성 디스플레이에 취직해서 연락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 친구는 어린 시절 도덕시간에 배웠던 자아의 실현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수많은 빛나야 할 청춘들에게 애잔한 마음을 던진다.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11.19 길냥이  (0) 2010.11.20
요새  (0) 2010.11.09
그땐 어렸지...  (0) 2010.10.15
무넹기  (0) 2010.08.30
생애의 어느 한때 한순간  (0) 201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