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wan』
2011. 3. 11. 18:32ㆍ여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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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 양 쪽에서 오랜만에 만나신 듯한 아주머니 커플들의 수다에 정신이 혼미했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몰입해서 보시더라.
영화는 그만큼 흡입력이 있었다.
좋은 배우는 관객을 매료시키고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하듯이 영화 또한 그렇지 않나.
뉴욕 시립 발레단의 니나는 거의 완벽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실력있는 무용수이다.
<백조의 호수>의 백조 여왕을 뽑는 오디션에서 니나는 자신을 어필하고 싶어한다.
오디션에서 단장은 백조만을 뽑는 거라면 니나를 뽑겠지만 흑조까지 연기를 하려는 무용수를 뽑으려고 한다고 니나에게 말을 해 준다.
백조같은 삶만을 살아온 니나는 단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흑조 연기도 할 수 있다면 백조 여왕으로 뽑히고 싶어하는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모든 발레리나의 염원인 백조여왕에 니나는 그렇게 뽑힌다.
단장과의 추문이 있었냐는 등 단원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지만 그것이 니나의 강박증상의 시작인지는 확실치 않다.
흑조를 연기해야 하는 니나는 점점 신경증적이게 된다.
그 와중에 자신과는 반대되는 욕망에 충실한 발레리나 '릴리'를 만나게 된다.
니나는 그런 릴리를 동경하기도 한다. 실력은 뒤지지만 흑조에 더 어울리는 '릴리'.
니나는 흑조를 연기하기 위해서 서서히 욕망에 자신을 맡기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욕망을 따르는 흑조를 연기하기 위함 뿐만이 아닌 그 이상의 완벽에의 염원이었다.
완벽으로 치닫는 니나의 결말은 라캉의 욕망이론을 따른다.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 때의 니나의 모습은 쾌락 그 자체의 '주이상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 파괴의 욕망이 여실히 드러난다. 흑조를 연기하기 위한 대역 '릴리'를 제거하고자 하던 니나는 그 대역을 죽이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것을 깨닫은 니나는 완벽에의 욕망에 맡긴 더 완벽한 실재이자 연기인 발레를 펼친다. 니나는 진짜 흑조가 되기도, 백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극 <백조의 호수>의 결말인 백조의 자살과 합쳐졌을 때 욕망은 실현이 된다.
"I was perfect."라고 죽어가면서 읊던 니나의 독백은 욕망의 끝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이 사라지지 않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등의 척추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일반적인 슬래셔 무비보다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영화를 보면서 힘들기도 하였지만 니나의 신경증을 극도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면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많이 잔인한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다시 보기에는 심력 소모가 많이 되는 영화라서 꺼려지지만 확실히 충격적이고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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