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1 살아감
2012. 1. 1. 16:50ㆍ일상
연말에 또 다시 애잔해져 온다. 사람이 만들었음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영향을 받는다. 달력이 없었다면 평생을 어떻게 구분해서 삶을 정리할까. 하지만 정리하기엔 1년은 짧은 것 같기도 하다.
연말이기도 하여, 교회를 갔다. 스스로 정해버린 대인기피증이 있는 나로서는 몇 천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또 다시 정신이 혼미하다. 그래서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 연말을 정리해 본다. 교회에 와서 그런 건 아니지만, 1년 동안 내 삶에 예수가 얼마나 드러났나 생각해 보았다. 내 삶에 예수는 없고, 나만 있었다. 아니... 나도 없었다. 그냥 바쁜 일상만이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고, 그만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듯이 진부하지만 그래도. 내년 목표를 세워보려고 하지만 아무 것도 남아있는 것이 없다. 일생의 경로를 아주 약간 수정하였더니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불필요하게 되었다. 목표가 사라졌다. 그냥 치열하게 다시. 순간순간 아등바등하며 살아야 한다. 그 사이에 또 바쁨에 휩쓸려 나라는 존재도 희미해질 때 쯤이면 예수를 찾을까. 눈물을 흘릴까. 어떤 이유 때문에 사는지 스스로 정했건만 그 이유가 흐려질 때면 늘 다시 묻고 늘 다시 묻고. 하루하루 감동으로 살지 않으면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그래도 웃으며 살아가야 하나. 그 웃음의 목적은 타인에게 으깨지고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같은 나를 감추기 위함인가. 타인을 위한 삶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생각해 본다. 과거에. 혼자만을 위해 살아가는 삶은 비참한 삶이라고 정해놨던 그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타인에게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거짓된 모습으로 둘러버린 그 삶은 요조와도 같구나. '인간 실격'이다.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마십시오 때가 이르면 포기하지 않으면 거두게 될 것입니다'
5년 전에 죽었던 친구의 홈피에 마지막으로 남겨져 있던 말인데. 나는 무엇을 거두고 싶어서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선한 일은 도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말하는 선한 일인가.
알 수 없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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