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피로사회』
2013. 3. 23. 00:49ㆍ카테고리 없음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같은 것에 의존하여 사는 자는 같은 것으로 인해 죽는다"라는 보들리야르의 말을 인용하여 긍정성의 과잉 상태에서 비롯되는 시스템 상의 병리적 상태를 지적한다.
이전 시대가 안과 밖, 친구와 적, 나와 남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이 그어지는 면역학적 패러다임의 시대였다면 현지의 시대는 긍정성의 과잉의 시대이다. 이전 시대의 병이란 외부로부터 오는 어떤 것이지만 지금은 긍정성의 폭력으로 면역학은 이러한 폭력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긍정성의 과잉 시대의 고유한 질병이란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나 소진증후군이 있다.
또한 이전 시대가 규율사회였다면 21세기의 사회는 성과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규율사회는 부정성의 사회이다. 강제성이 깃들어 있다. 성과사회는 이러한 부정성에서 벗어난다. 금지, 명령, 법률의 자리를 프로젝트, 이니셔티브, 모티베이션이 대신한다. 성과사회는 자기 자신이 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사회적 명령이 우울증을 낳는다. 성과사회에 내재하는 시스템의 폭력이 이러한 심리적 경색을 야기한다.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명령이 아니라 성과를 향한 압박이 탈진 우울증을 초래한다.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측면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적어놓지 않으면 우둔한 머리는 잊을까 봐 여기에 적어둔다.